“기업 원하는 인재상 변화”
정보통신 고용시장 양극화
‘인공지능(AI) 붐’ 여파로 실리콘 밸리 기업들의 전문 인력 쟁탈전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고 월스트릿저널(WSJ)이 27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실리콘 밸리 기술기업들은 생성형 AI 분야가 시대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해당 분야에 경력을 지닌 전문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수십억원대 연봉 패키지나 주식 보상을 약속하는 것은 물론 팀 인력 전체를 영입하는 일도 불사하고 있다.
실리콘 밸리에서 기업들이 인재를 스카우트 하기 위해 높은 연봉과 특전을 제공하는 게 새로운 일은 아니지만 최근 AI 전문인력이 제안받는 보상 수준은 기존 업계 관행을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WSJ은 전했다.
AI 분야의 이 같은 인력 쟁탈전은 AI를 제외한 다른 소프트웨어 기술 분야의 인력이 초과공급 양상을 보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실제로 실리콘 밸리에선 AI를 제외한 다른 기술 분야에서 최근 들어 해고가 늘고 있다.
기업들이 최근 AI 분야 기술개발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다른 분야의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런 추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데이터관리 신생기업(스타트업) 데이터브릭스의 나빈 라오 생성형 AI 부문 수석은 “우리가 추구하는 인재상에 장기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한쪽에선 인재가 넘치고 다른 쪽에선 부족 현상이 심하다”라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구하는 데는 전혀 어려움을 겪지 않고 있지만, 거대언어모델(LLM) 등 AI 관련 전문성을 지닌 인력은 인력풀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게 기술업계의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AI 분야의 최상급 인력은 100만달러 이상의 연봉 패키지를 쉽게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컨설팅회사 WTW가 업계 종사자 1,500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22년 4월부터 2023년 4월까지 1년간 AI 및 머신러닝 부문 관리직의 급여 인상률은 5∼11%나 됐다.
실리콘 밸리 취업시장 동향이 바뀌다 보니 새 직장을 원하는 이들도 이에 대처해 AI 관련 경력을 이력서에 추가하려고 노력 중이다.
유펜 경영대학원 와튼스쿨이 최근 샌프란시스코에 4일짜리 ‘생성형 AI와 비즈니스 혁신’ 교육과정을 1만2,000달러에 개설했는데 모집 정원 50명이 순식간에 찬 게 대표적인 사례다.
메타를 그만둔 뒤 컨설팅 분야에서 일하는 알렉시스 루커트는 WSJ에 “AI 관련 지식이 있어야 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주변 기술 분야 종사 친구들도 알아차리고 있다”며 “이에 발 빠르게 대처하기 위한 우려와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