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명당 2.1명… OECD 사망률 3위
춥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천식 같은 호흡기 질환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고농도 미세먼지가 지표면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 천식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천식은 기침·가래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기에 감기로 오해하고 감기 약을 먹을 때가 많다. 감기 약은 일시적 증상 완화에 도움을 주지만 천식 진단·치료를 늦출 수 있다.
평소 정상적인 생활을 하다가 원인으로 갑자기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천식 발작’이 나타나면 의사소통이 어려워지고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따라서 평소 기침이 잦고 호흡곤란 증세가 있거나, 감기가 2주 이상 호전되지 않으면 천식을 의심해 진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
한국인은 사망률이 높은 암·심혈관 질환·뇌혈관 질환에 관심이 높지만 천식에는 부족한 편이다. 하지만 최근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3 만성질환 현황과 이슈’에 따르면 ‘OECD 국가 간 주요 질환별 표준화 사망률 비교’에서 한국의 천식 표준화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2.1명으로 튀르키예, 아이슬란드 다음으로 3위를 차지하며 평균(1.3명)보다 현저히 높게 나타났다.
또 천식이 ‘어린이 또는 60대 이상 고령층에게 주로 발생하는 병’으로 알려졌던 바에 비해 최근 국내 20대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어 관심과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천식은 알러지 염증으로 인해 폐로 연결되는 통로인 기관지와 폐가 부으면서 기침·가슴 통증·쌕쌕거림 등 호흡기 증상을 유발하는 만성 호흡기 질환이다. 특정한 유발 원인 물질이 기관지 등을 공격해 호흡기 근육을 좁게 만들어 기침·천명(숨 쉴 때 쌕쌕거리는 소리)·호흡곤란·가슴 답답함·가래 등을 반복적으로 일으킨다.
이런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면 섬유화 및 ‘기도 개형’이 일어나면서 폐 기능이 영구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 기도 개형은 기관지 천식에서 기도 염증에 의한 손상과 회복을 거치면서 나타나는 세포성 변화와 기도의 구조적 변화를 일으키는 동적 과정을 말한다.
천식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으로 구분된다. 하지만 대개 외부 알러지 항원 흡입으로 발생한다. 천식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요인으로는 알러지 항원(집먼지진드기, 애완동물, 바퀴벌레, 곰팡이 등), 감염, 직업적 감작 물질(작업 환경에 노출됐을 때 천식을 유발할 수 있는 물질), 약제, 흡연, 실내 오염, 특정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 등이 있다.
천식은 감기와 비슷한 증세가 특징이어서 증상만으로 판별하긴 어렵다. 증상이 있으면 전문의에게 상담해 폐 기능 검사, 기관지 유발 시험, 흉부 X선 촬영, 객담 검사 등을 시행해 진단한다.
다만 알러지 발병 원인을 찾기 힘들 때가 많아 정확한 진단을 통한 조기 예방이 중요하다. 이때에는 종합적이고 세분화된 ‘마스트(MAST) 알러지 검사’로 확인할 수 있다. 마스트 알러지 검사는 알러지 항원 108종을 동시에 검사할 수 있는 다중 알러지 항원 동시 검사법이다. 한 번 채혈로 한국인에게 가장 많이 유발되는 호흡기(34종), 식품(41종), 공통(33종)으로 총 108종의 항원을 알아볼 수 있다.
다양한 알레르겐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기에 원인을 추정하기 어려운 알러지나 다수의 요인에 노출되거나, 항히스타민제·항알러지제 등 약을 먹고 있거나, 영·유아 및 피부 질환자라면 더욱 유용하다. 특히 피부 반응 검사에서 나타날 수 있는 쇼크 위험성이 없어, 영·유아기 및 광범위 피부 질환자도 안전하게 검사할 수 있다.
이지원 GC녹십자의료재단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는 “겨울철 차고 건조한 공기로 천식 유발 가능성이 높고, 최근에는 20대 유병률까지 늘어나고 있다”며 “평소 기침이 잦거나 가슴 답답함이 자주 느껴지거나, 감기가 2주 이상 낫지 않고 있다면 마스트(MAST) 알러지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