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가격 2020년 이후 30%↑
가구 60% 구입·유지 힘들어
LA 한인타운에 거주하며 직장에 나가고 있는 한인 이모씨는 자신이 대학을 졸업 후 직장을 가지면 집을 사서 독립하겠다는 꿈을 가졌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 여전히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집을 사기 위해 저축을 하고 있지만 해마다 오르는 집값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축금이 쌓이는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이씨는 “다운페이먼트를 위해 저축을 더 하려면 부모님에게 얹혀 사는 게 유리하다”며 “집 사는 일은 잠시 접어둔 상태”라고 했다.
부모님과 함께 사는 또 다른 직장인인 한인 박모씨의 최대 고민거리는 자동차다. 신차 가격이 크게 올라 떨어지기를 기다리면서 중고차 가격도 알아보고 있지만 상황은 대동소이. 다행히 직장 동료와 카풀을 하면서 필요할 때 재택 근무를 하고 있는 부모님의 차를 이용하고 있다. 박씨는 “동료와 카풀도 2~3개월이면 끝이나 차를 사야 한다”며 “자동차가 필수품이기는 하지만 비싼 차값이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와 집은 기본이라는 말이 일상화된 미국인들의 삶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비싼 가격 때문에 자동차나 주택을 구입하기가 예전에 비해 어려워지면서다. 경제적 이유로 자동차와 주택 구입을 미루면서 부모님에게 얹혀 사는 이른바 캥거루족까지 늘고 있어 ‘자가용과 집은 필수’라는 말은 옛말이 되어 가고 있는 분위기다.
인공지능(AI) 기술에 기반한 상품 검색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코파일럿이 2020년 이후 미국 내 자동차 가격 추이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신차 가격은 2020년 이후 30%나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차 가격은 이보다 더 심각해 38%나 올랐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된 데다 차량용 반도체 칩 등 부품마저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신차 공급이 부족해져 신차 가격이 급등했고 이는 중고차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작용해 신차와 중고차 구분없이 자동차 가격 상승이라는 악순환이 빚어졌다. 그 여파가 현재까지 미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신차 거래 가격은 평균 5만364달러로 전년 대비 1% 상승한 반면 중고차의 평균 거래 가격은 3만1,030달러로 2%나 올랐다. 뉴스위크는 “미국 자동차 가격이 한풀 꺾이고 있지만 여전히 비싸 자동차는 필수라는 말은 옛말이 되어 가고 있다”고 전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신차나 중고차를 구입하는 일 자체가 미국 소비자들에게는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마켓워치는 “미국에서 자동차 1대를 장만하려면 연 소득이 적어도 10만달러를 넘어야 가능하다”며 “여기에 해당하는 미국 가구는 전체 중 40%에도 미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미국 가구의 60%가 자동차 1대를 구입할 수 있는 경제적 여력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만큼 자동차를 구입하는 게 부담스러워지는 게 현실이 되고 말았다.
비싼 주택 가격도 미국인들의 일상을 위협하는 또 다른 요소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미국 내 기존주택의 판매 중간 가격은 38만2,600달러로 1년 전에 비해 4.4%나 올랐다. 주택 가격 상승세는 6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12월 기존주택의 판매 중간 가격은 81만9,740달러로 전년 대비 6.4%나 상승해 전국에서 높은 집값을 보였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계속된 기준금리 인상으로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7% 안팎으로 치솟으면서 주택 매물이 부족해진 것이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집값이 크게 오르자 내 집 마련의 꿈을 아예 포기하면서 부모님과 함께 사는 사례가 늘고 있다. NAR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 주택 최초 구매자의 27%는 집을 사기 직전까지 부모 등 가족에 얹혀 살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989년 통계 추적을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비율이다. 첫 주택 구매하는 평균 연령도 36세로, 부모 세대의 29세 보다 늦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