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항공 코로나 사태로 3년 연장
LA 한인타운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 이모씨는 최근 한 국적항공사로부터 보유하고 있는 항공 마일리지 중 일부가 소멸될 예정이라는 이메일을 받았다. 이씨는 “한국 여행이나 출장 갈 때 국적항공사 한 곳만을 타고 다니면서 마일리지 모았다”며 “이중 소멸 시효가 연장됐던 1만8,000마일이 내년 1월1일부로 소멸된다는 이메일을 받고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씨는 소멸 시효가 연장된 마일리지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정작 소멸 시효가 앞으로 9일 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이씨는 급하게 마일리지를 사용하려고 해당 국적항공사 웹사이트에 들어가 보너스 항공권을 알아봤지만 원하는 시기의 좌석은 이미 매진이었다. 이씨는 “그나마 한국이라면 다양한 방식으로 소멸되는 마일리지는 사용할 수 있겠지만 LA에선 마일리지를 사용할 데가 거의 없다”며 “사용하지도 않은 마일리지가 눈 앞에서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아깝기도 하고 ‘이럴 거면 왜 모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한국으로 가는 하늘길이 막히면서 최대 3년 동안 소멸 시효가 연장됐던 마일리지가 내년 1월1일에 모두 소멸된다. 올해 말까지 남은 기간이 9일 밖에 되지 않는 데다 LA에서 항공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방법이 극히 적다 보니 소멸되는 마일리지를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한인들 사이에선 “한국에 비해 마일리지를 사용할 데가 너무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소멸 유효기간이 연장됐던 마일리지를 내년 1월1일부로 소멸된다는 내용을 이미 해당 항공사의 회원인 한인들에게 공지한 상태다.
1980년대에 도입된 두 국적 항공사의 마일리지 제도에 10년 유효기간 제도가 도입된 때는 2008년부터다. 그로부터 2019년 1월1일부터 매년 1회씩 10년된 마일리지를 소멸하는 연례 행사가 실시됐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때 하늘길이 막히면서 마일리지 사용이 실질적으로 차단되자 두 국적 항공사는 총 4차례에 걸쳐 마일리지 유효기간을 연장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1일에 소멸되는 마일리지는 지난 2010년과 2011년에 적립된 마일리지다.
국적항공사들이 마일리지 소멸 제도를 도입한 데는 부채인 마일리지를 털어내기 위함이다. 이연수익으로 불리는 마일리지는 재무제표상 부채로 간주한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대한항공 이연수익은 2조4,637억원, 아시아나항공의 이연수익은 9,429억원이다. 팬데믹 이전 시기인 2019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대한항공은 12.2%, 아시아나항공은 33.6% 각각 증가했다. 두 국적항공사로서는 이연자산인 마일리지를 줄이는 게 이익이 되는 셈이다.
문제는 2년치 마일리지가 한꺼번에 소멸되자 한인들의 불만은 크다는 것이다. 한국에 비해서 마일리지를 사용처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마일리지로 보너스 항공권을 구입하거나 좌석 승급을 하는 게 전부다. 한국처럼 제휴업체들이 다양한 것도 아니고 마일리지 온라인 쇼핑몰 이용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하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한인들의 마일리지 사용처가 제한적이라는 현실을 부정하지는 않고 있다. 한 국적항공사 관계자는 “마일리지 사용 방법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지만 미국 내에서 제휴 업체를 확보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마일리지 사용을 독려하기 위한 조치들이 도입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보너스 항공권과 좌석 승급을 델타 등 체휴 항공사로 확대하는 한편 항공권 운임의 30%를 마일리지로 결제할 수 있는 ‘캐시 앤 마일즈’ 운영에 나서고 있다. 또한 마일리지를 사용해 기내면세품을 구매할 수 있는 바우처 제도도 도입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초과 수화물과 라운지 이용 요금을 마일리지로 지불할 수 있도록 마일리지 사용 제도 개선에 힘을 쓰고 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