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피해 보호하려면 평소 지속적인 교육
범죄 트렌드·상대방 신원확인 요령 알려줘야
디지털 원주민으로 불리는 요즘 젊은 세대는 부모 세대보다 인터넷 사용에 능숙하다. 10대들이 디스코드 채팅, 이모티콘 사용법, 핀스타(가짜 인스타그램 계정) 에티켓 등에 능숙하다고 해서 이들이 온라인상에 도사리는 각종 위험에 대비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사기 범죄자들은 10대를 타깃으로 단순한 피싱 사기에서부터 자녀의 인생을 망칠 수 있는 협박 사기에 이르기까지 각종 온라인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온라인 사기 피해를 당하는 10대는 부모나 조부모 세대보다 적다. 이는 10대가 보유한 현금이 많지 않아 범죄 대상으로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연방거래위원회(FTC)의 사기 피해 집계에 따르면 미국 내 전체 사기 피해 중 19세 미만을 대상으로 발생한 피해는 5%에 불과하다. 2022년 19세 미만의 청소년이 입은 사기 피해액(중위 금액)은 300달러로 80세 이상(1,750달러)을 포함한 다른 나이대에 비해 적다.
커먼센스미디어의 지라드 켈리 개인정보 부문 책임자는 “범죄자들이 노리는 것은 10대의 돈이 아니라 그들의 개인 정보”라며 “소셜 네트워크 계정에 접속한 뒤 부모, 교사, 다른 가족에게 사기성 이메일을 보내려는 목적으로 10대를 희생양으로 삼는다”라고 경고했다. 범죄에 대한 미숙한 경험과 부족한 정보로 인해 10대들은 범죄 타깃이 되기 쉽다. 그래서 부모가 우리 자녀가 범죄 피해를 입기 전에 범죄로부터 스스로 보호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상대방 신원 확인법 가르치기
10대가 성인과 같은 방식으로 인터넷을 사용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따라서 10대는 부모가 전혀 예상치 못한 경로를 통해서 사기 범죄에 노출된다. 노년층이 발신자 불명 전화를 통해 피싱 사기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은 반면 10대는 인스타그램 DM으로 로맨스 사기 범죄자의 연락을 직접 받는다. 각종 온라인 사기 수법이 시간이 지나면서 갈수록 교묘해져 발견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켈리 책임자는 “한동안 유행했던 ‘나이지리아 왕자 사칭 사기’나 엉성한 이메일 주소와 로고를 사용한 사기는 이제 볼 수 없다”라며 “온라인 사기 범죄는 훨씬 복잡한 수법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FTC에 따르면 2023년 10대 대상 가장 흔한 사기 범죄 유형은 온라인 쇼핑, 사업 사칭, 취업 사기 등이다.
자녀들에게 온라인 쇼핑 사이트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연결된 판매자가 진짜인지 구분하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 이메일, 문자 메시지, DM 등을 받았다면 전화 등의 다른 경로로 안전한 출처인지를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온라인 사기에 대해) 지속적으로 대화하기
자녀와 온라인 사기에 대해 대화하는 것은 섹스, 마약, 소셜 미디어 사용에 관한 대화만큼 중요하다. 대화만으로 자녀를 모든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대화는 가장 빠르고 기초적인 교육 방법이다. 10대 자녀가 현재 유행하는 범죄 유형에 대해 알고 있다면 범죄가 발생했을 때 당황하지 않고 대처할 수 있다. 다른 부모나 뉴스를 통해 들은 사기 범죄 사례를 자녀들과 나누면 도움이 된다.
직접 사기 피해를 당했거나 가족 중 피해자가 있다면 창피해하지 말고 자녀에게 솔직히 알려주는 것도 좋다. 범죄와 사기를 다루는 유튜버나 뉴스 채널을 구독하도록 조언하는 것도 좋다. 사기 범죄 유형과 발생 경로 등을 알고 있어야 범죄 위험 신호를 쉽게 감지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녀가 사기 피해를 입었을 때 부모에게 거리낌 없이 이야기할 수 있어야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다. 부모가 화내고 처벌할 것을 걱정하는 부모에게 피해 사실을 꺼내려고 하지 않는다.
■낯선 사람 대처법 알려주기
온라인 컴퓨터 게임을 할 정도로 성장한 자녀에게는 온라인상의 낯선 사람에 대한 대처법을 알려줘야 한다. 채팅이나 게임 등 온라인 상에서 상대방이 공개한 신분을 곧이곧대로 믿으면 안 된다고 경각심을 심어줘야 한다. 전국 실종 및 착취 아동 센터(https://www.missingkids.org/netsmartz/home)는 온라인상에서 낯선 사람을 만났을 때 대처하는 요령을 알려주고 있다.
■ ‘공짜는 없다’는 생각 심어주기
기대하지도 않은 상품, 문자 메시지를 친구들에게 전달하면 주겠다는 보상,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싼 명품 운동화… 성인과 마찬가지로 10대 인터넷 사용자 역시 ‘공짜’와 ‘일확천금’에 대한 약속에 쉽게 속아 넘어간다. 자녀들에게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생각을 심어줘야 사기 약속에 넘어가지 않는다.
조금 껄끄러워도 자녀들과 로맨스 스캠에 대해 대화하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로맨스 스캠은 결국 금전 갈취 등의 피해로 이어지는 심각한 사기 범죄다. 매력적이고 끌리는 상대방으로 가장한 범죄자들은 10대에게 접근해 개인 정보나 사진을 요구하거나 돈을 뜯어내기도 한다. 범죄자에게 넘어간 10대 자녀의 사진은 나중에 협박 범죄에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 특히 주의해야 한다. 범죄자들은 부모에게 도움을 쉽게 요청하지 못하는 자녀의 심리를 범죄에 활용한다.
■자녀 신용 정보 동결하기
자녀가 온라인 사기 피해를 입을 것에 대해 불안하거나 이미 자녀의 개인 정보가 도난당했다고 판단되면 자녀의 크레딧을 동결시켜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다. 나이 어린 자녀를 대상으로 한 신분 도용 범죄 사례가 최근 늘고 있다. 3대 개인 신용 평가 기관에 연락해 크레딧 동결로 자녀의 신분 도용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
■개인 정보 보호 서비스 구독해 주기
적절한 보안 장치로 자녀가 사이버 범죄 피해자로 전락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1패스워드’(1Password)와 같은 비밀번호 관리 서비스를 구독하면 온라인 계정 보호에 도움이 된다. 자녀가 이메일, 금융 계좌, 소셜 미디어 계정 등을 2단계 인증 방식으로 설정하도록 돕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친구들과 비밀번호 공유하지 않기, 다른 사람이 내 디지털 기기 사용하지 않도록 하기, 주소와 같은 개인 정보 공개하지 않기 등 학교에서 배우는 기본적인 보안 팁을 상기시킨다. 자녀의 학교에서 사이버 보안 수업을 제공하는 지와 어떤 내용을 다루는 지 등을 확인한다.
■부모에게 피해 사실을 고백할 수 있는 집안 분위기
부모에게 자신이 사기 피해를 입었다고 말하고 싶은 10대는 많지 않다. 10대는 부모한테 혼나거나 잔소리를 듣기 싫어 피해 사실을 숨기는 경향을 보인다. 자녀가 피해 사실을 부모에 숨김없이 상의할 수 있도록 집안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스로 사기 피해 관련 정보를 찾아볼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Scams Subreddit’(https://www.reddit.com/r/Scams/)과 같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최신 사기 범죄 트렌드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익명으로 질문을 할 수도 있다.
자녀에게 ‘은퇴자협회’(AARP) 웹사이트를 알려주는 것이 다소 이상하지만 AARP는 직원과 통화할 수 있는 사기 핫라인 서비스를 운영한다. (동부 시간 월~금, 오전 8시~ 오후 8시). 사기 피해를 당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가 궁금하다면 ‘사기 감시 네트워크’(Fraud Watch Network Helpline·877-908-3360)에 전화해 도움받을 수 있다.
<준 최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