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구석구석에 차 있는 체내 소금
마신 물과 합쳐져 체중 증가할수도
몸 잘 붓는다면 짜게 먹는지 살펴야
몸무게의 주요 구성 요소는 근육·뼈·지방·혈액·피부·수분 등이다. 지방은 크게 피하지방과 내장지방으로 나뉜다. 이 중 내장지방을 줄이는 것이 다이어트의 주된 목표다.
식사량을 줄이고 열심히 운동해서 체중이 2kg쯤 줄어든 것을 확인하면 드디어 다이어트에 성공하나 싶어 마음이 들뜬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체중에서 빠진 2kg이 과연 지방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성인 체중의 60~70%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물은 혈액·근육·뼈 등 모든 장기에 들어 있다. 물은 생명체의 기본 요소다. 그런데 모든 사람의 몸에 물이 60~70%만 있는 것은 아니다.
80대 초반 남성 C씨. 그는 3개월 전 말기 신부전 진단을 받고 혈액투석을 시작했다. 그런데 특이한 일이 발생했다. 투석 시작 때에 94kg이던 그의 체중이 석 달 만에 79kg으로 15kg가량 줄어든 것이다.
3개월간 특별한 운동을 하거나, 식사량을 줄이지도 않았다. 투석 치료를 장기간 받으면 근육량이 줄어들 수 있지만, 그런 변화가 생기기에 3개월은 너무 짧다.
그렇다면 C씨의 체중이 15kg이나 줄어든 원인은 무엇일까. 필요 이상의 물이 몸 밖으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일부 체액(림프액 등) 감소도 있지만 줄어든 체중은 거의 다 물이었다.
그는 20년 이상 만성콩팥병을 앓으면서 콩팥 건강을 유지하려는 노력과 치료를 해왔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1~2년 사이에 콩팥 기능이 많이 떨어졌고, 발과 다리는 많이 부어 있었다.
콩팥은 혈액을 걸러 물과 소금 등을 소변으로 배출하는 기관이다. 그런데 콩팥의 기능이 떨어지면 물과 소금 등을 제대로 못 내보낸다.
성인의 몸 안에는 소금이 250g 정도 있는데 이보다 소금양이 많아지면 콩팥에서 소변으로 배출해야 한다. 하지만 콩팥이 나빠지면 이것이 힘들어진다.
몸 안에 소금이 과도하게 쌓이면 몸은 그만큼 많은 물을 몸 안에 더 붙잡아 둔다. 큰 생수병 7개 반이나 되는 엄청난 양의 물이 C씨의 몸 구석구석에 머물러 있으면서 부종(부기)을 일으켰던 것이다.
콩팥 투석을 시작한 뒤 투석막을 통해 혈액을 제대로 거르게 돼 몸 안의 소금이 감소하고, 그에 따라 몸 안의 물도 빠져나가 체중이 크게 줄었다. C씨의 급격한 체중 감소는 콩팥 투석에 따른 것이므로 일반인에게 나타나는 흔한 현상은 아니다.
콩팥이 정상이고 근육이나 지방의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성인의 하루 체중 변화폭은 1.4kg 정도, 비율로는 2% 정도로 본다. 평소 짜게 먹던 사람이 어느 날 저녁 삼겹살에 김치찌개에 밥을 배불리 먹으면 하루 만에 체중이 1.4kg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1.4kg에는 삼겹살·김치찌개·밥도 들어 있지만, 상당량은 소금 섭취 증가와 그로 인해 늘어난 물이 차지한다.
“나는 물만 먹어도 살쪄”라며 한숨을 쉬는 사람들이 있다. 물은 0kcal이므로 물만 마셔서는 살이 찌지 않는다. 그런데 왜 물만 마셨는데 체중계 눈금이 올라갔을까. 몸 구석구석에 차 있는 소금과 마신 물이 합쳐져 체중이 늘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몸이 잘 붓고, 물만 마셔도 체중이 늘어난다면 짜게 먹는지 먼저 살펴봐야 한다.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