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신고에 책임 회피
한국 외교부가 재외국민 안전을 위해 설치한 ‘영사 콜센터’가 구체적 대응 매뉴얼과 체계적 시스템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재외국민이나 한국인 여행자들이 실제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 국회 김상희 의원은 지난 27일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진 이후 해외로 나가는 재외국민들이 크게 늘고 있음에도 외교부가 재외국민 안전을 위해 운영하는 영사콜센터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특히 영사콜센터 상담원에 대한 정확한 매뉴얼이나 전문 교육이 전무해 재외국민이 해외에서 사건 및 사고 등의 어려움을 겪어도 제때 필요한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실이 제공한 영사콜 센터 신고접수 현황에 따르면 올들어 9월 말까지 총 16만2,846건이 접수돼 2021년 한해 전체 접수건수를 이미 넘었다. 올해 접수 건수 가운데 사건 및 사고 관련은 2만1,628건으로 전체의 13%를 차지하고 있다. 도난 및 분실이 3,537건으로 가장 많고, 분쟁이 3,043건, 연락두절이 2,028건, 상해 2,910건 등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재외국민이 실종 등 시급한 상황에 처해 도움을 요청해도 접수조차 어렵다는 것이 김 의원의 지적이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6월 일본에서 실종된 윤세준씨 사건이 대표적이다. 윤씨의 누나가 지난 6월14일 영사콜센터에 실종 신고를 해줄 것을 3차례나 요청했음에도 접수되지 않았다. “전화가 일주일째 꺼져있으니 신고해달라”는 말에 상담원은 “전화가 안되면 카카오톡 해봐라”, “로밍 때문에 전화가 안될 수 있다”며 한국내 경찰에 신고할 것을 유도했다. 더구나 “재외공관에 (도움을) 요청해달라”고 말하자 상담원은 “실종자의 현지 연락처를 알려주지 못하면 도움을 줄 수 없다”며 신고접수 조차 거부했다.
신고 과정도 복잡해 신고자는 3일 동안 3개 기관에 5차례나 연락한 끝에 겨우 실종 신고를 할 수 있었다. 외교부와 경찰서를 왔다 갔다 하며 대사관에 실종사건을 전달하기까지는 2일, 일본 경시청에 신고하기까지는 무려 3일이나 지연된 것이다. 촌각을 다투는 실종사건에 쓸데없는 절차로 골든타임을 놓쳐버린 셈이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영사콜센터는 개설 이후 20년이 지나도록 외교부 직제에 조차 포함되지 못했다. 고작 3명의 공무원이 82명의 공무직 상담원을 정확한 매뉴얼도 없이, 전문 교육도 전무한 채로 관리하고 있다. 여권 등 일반 상담은 가능하지만 전문성을 요하는 사건·사고 상담의 경우 범죄성이나 위급성을 판단하지 못해 대부분 한국 경찰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의원은 “외교부가 체계적인 매뉴얼에 따라 재외국민 사건·사고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한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