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원 도달 전망도
원·달러 환율이 1,350원선에서 하방 경직성을 보이면서 강달러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1,400원 돌파가 재출현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는 만큼 한인 비즈니스 업계도 달라진 외환 시장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
17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0.1원 하락한 1,353.6원에 장을 마쳤다. 전날 미국 시장의 달러 약세를 반영해 전일 대비 5.2원 내린 1,348.5원에 개장하면서 1,350원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왔지만 낙폭을 줄이면서 결국 1,350원 위에서 마감한 것이다.
원·달러 환율은 하반기가 시작한 7월 중순만 해도 1,300원 훨씬 아래인 1,260원대에서 움직이다 8월에 50원 가까이 뛰었고 9월에는 30원이 올랐다. 결과적으로 이달 들어 지난 4일에는 1,363.5원으로 11개월 만에 최고점을 기록한바 있다.
원·달러 환율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미국의 긴축 경계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RB·연준)는 지난달 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향후 금리 전망을 나타내는 점도표를 당초 4번 이하에서 2번 인하로 줄이는 등 고금리 장기화를 암시했다. 이 때문에 최근 자산시장에서 10년물 국채 금리가 4.8%를 넘어서는 등 빠르게 올라가는 상황이다. 미국의 시장 금리 상승은 현재 3.5%에서 고정돼 있는 한국의 기준 금리를 훌쩍 넘어서는 상황이기 때문에 달러 강세·원화 약세를 유발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은 “전 세계가 스태그플레이션과 함께 연준의 기준금리가 7%를 기록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금리가 올라가면서 나타나는 환율의 동반 상승은 추가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과 비교해 체력이 떨어져버린 한국의 경제 상황도 환율을 끌어올리는 상황이다. 기본적으로 통화 가치는 그 나라의 경제력을 의미하는데 한국이 올해 들어 수출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한 탓이다.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546억6,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4% 하락했다. 하락폭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다행이긴 하지만 전년 대비 수출이 줄어드는 감소세는 12개월 연속 이어졌다.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 입장에서 무역 부진은 원화 약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지난해처럼 향후 환율이 1,400원을 넘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금 상황에서 미국의 시장 금리가 더 오르고 한국의 무역 부진이 이어지는 최악의 경우에 나올 수 있는 시나리오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미국의 펀더멘탈을 확인할 수 있는 경제지표 발표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급등락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면서 “1,360원을 1차 저항선으로 보는데 이게 뚫릴 경우 1,400원대까지 상단을 열어놔야 한다”고 분석했다.
한인 비즈니스 업계에서는 원·달러 상승(달러 강세)이 전반적으로 반가운 상황이다. 달러로 한국 상품을 사와서 미국에 파는 무역 업체들이 많은데 달러 가치가 올라가면 전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들여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무역 업체들의 경우 향후 원·달러 환율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다면 지금이 적절한 물건 구매 타이밍일 수 있다.
관광 업계의 경우에도 미주 한인들이 한국에 여행을 갈 때 더 부담 없이 소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여행객 증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달러 강세로 한국에서 달러를 환전해 원하로 사용하거나 미국 발행 크레딧 카드를 사용할 때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다만 반대로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미국에서 살아야 하는 유학생이나 주재원들에게는 부정적이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송금하는 부담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에서 LA로 여행을 오는 관광객의 수요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