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과 집에서 장시간 앉아있는 사람은 덜 앉아있는 사람보다 치매에 걸릴 위험이 훨씬 높아지므로 가능하면 앉아있지 말아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발표됐다. 연구진은 장시간 앉아있을 때의 부정적인 영향이 너무 강해서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사람들조차도 하루 종일 앉아있으면 더 높은 치매의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10시간 이상 앉아 있으면 뇌 위험 증가
앉아 있는 시간 12시간이면 63% 높아져
자주 움직이는 것만이 최선의 예방 방법
60세 이상의 남녀 4만 9,841명을 대상으로 한 이 연구에 대해 보스턴대학교 신경과 교수이자 노화 기억력 관리를 위한 7단계의 저자 앤드류 버드슨(Andrew Budson)은 “앉아서 보내는 시간이 많을수록 치매 위험이 높아진다는 아이디어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이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 연구 결과는 또한 앉아서 생활하는 습관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퍼져있는지를 강조하면서 이는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운동만으로 우리의 건강을 보호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너무 오래 앉아있는 습관의 위험
지나치게 오래 앉아있는 생활의 단점은 과학자들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도 잘 알고 있다. 과거 연구에 따르면 사무실에서, 출퇴근하면서, 집에서, 텔레비전과 컴퓨터 앞에서 하루 종일 앉아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사람은 자주 일어나서 움직이는 사람보다 심장병, 비만, 당뇨병 및 기타 질병에 걸리거나 조기에 사망할 가능성이 더 높다.
앉아서 생활하면 운동 효과도 떨어질 수 있다. 최근의 다른 연구에 따르면 운동을 하지만 하루 종일 앉아있는 사람들은 운동으로 인해 기대했던 신진대사 효과가 사라진다.
그러나 앉아있는 시간이 뇌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일부 연구에서는 앉아있는 시간이 알츠하이머병 및 기타 형태의 치매를 포함한 기억력 문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는 대부분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앉아있는지에 대한 기억에 의존해왔기 때문에 매우 부정확할 수도 있다.
▲사람들은 얼마나 많이 앉아있나
새로운 연구를 위해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USC 및 다른 대학들의 과학자들은 앉아있는 시간에 대한 객관적인 측정치를 찾았고, 이를 영국 바이오뱅크에서 발견했다. UK 바이오뱅크는 수십만 명의 영국 남성과 여성의 삶, 건강 및 사망에 대한 대규모 데이터 저장소이다.
연구에 참여한 바이오뱅크의 참가자들은 일주일 동안 정밀한 활동 추적기를 착용하고 하루 종일 자신의 움직임과 가만히 있는 시간을 세세하게 기록했다.
과학자들은 이들 중 연구에 참여할 당시 치매가 없었던 60세 이상의 남녀 약 5만 명의 기록을 수집했다. 그리고 추적기 판독 값을 해석할 수 있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도움으로 하루 중 사람들이 움직이거나 앉아있는 시간, 즉 잠을 자지는 않지만 앉거나 누워있는 시간을 매분마다 식별했다.
▲10시간 앉아있으면 뇌 위험 증가
그런 다음 연구진은 그 사람들의 향후 7년여 동안의 의료 상태를 확인하여 치매 진단이 포함된 병원 또는 사망기록을 찾았다. 마지막으로 연구팀은 앉는 습관과 뇌 건강을 교차 확인했다. 그리고 강력한 상관관계를 발견했다.
남성과 여성이 하루에 10시간 이상 앉아있는 경우(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했다), 향후 7년 이내에 치매에 걸릴 위험이 10시간미만 앉아있는 경우보다 8% 더 높았다. 의자에 앉아있는 시간이 12시간 이상인 사람은 치매에 걸릴 위험이 63%까지 높아졌다.
“하루 종일 사무실에 앉아있고, TV 앞에 앉아있고, 차에 앉아있는 등 우리가 앉을 수 있는 모든 방법을 합치면 더 늘어난다.”라고 이 연구를 주도한 USC의 생물학 및 인류학 교수인 데이빗 라이클렌은 말했다. “이러한 극단적인 수준의 좌식 행동은 인지 및 기억력 감퇴의 위험을 훨씬 더 높인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앉아만 있으면 운동해도 소용없다
놀랍게도 연구진은 운동의 이점을 거의 발견하지 못했다. 운동을 했지만 10시간 이상 의자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운동을 전혀 하지 않은 사람들만큼이나 치매에 걸리기 쉬웠다.
라이클렌은 “운동을 해도 치매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스탠딩 데스크나 걷기 산책은 어떨까?
걷기나 다른 짧은 휴식도 마찬가지였다. 연구진은 다른 요인을 조정한 후, 휴식하느라 앉아있음을 중단한 사람들 사이에서도 이같은 위험도가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어나서 걸어 다닌다 하더라도 하루에 10시간 이상 앉아있는 사람은 그 위험도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하루 중 의자에 앉아있는 시간이 총 몇 시간인지였다.
하지만 서있는 것과 스탠딩 데스크에 대해서는 몇 가지 의문이 남아있다. 활동 트래커의 데이터에서 앉아있는 것과 가만히 서있는 것을 구분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일반적으로 서있는 것을 가만히 앉아있는 행동으로 간주하지 않지만, 서있는 것이 앉아있는 것보다 뇌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치매 위험을 낮추기 위한 방법
라이클렌은 치매 위험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전체적으로 앉아있는 시간을 줄이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 중 하루 9.5시간 동안 앉아있는 사람들은 치매 위험이 증가하지 않았다.”라고 그는 말했다.
책상에 앉아서 컴퓨터로 업무를 처리해야하는 직업이라면 가능하면 근무 중 움직일 수 있는 기회를 찾아본다. 전화 통화를 하면서 사무실 주변을 걸어 돌아다니거나, 걸으면서 하는 워킹 회의 일정을 잡는다. 런치를 배달시키는 대신 직접 가져다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 하루 중 가만히 앉아있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기록해본다. 라이클렌은 10시간이 넘으면 더 많이 움직이고 줌 사용을 줄이라고 조언했다.
물론 이 연구는 연관성(associational) 연구이며 앉아있는 시간이 인지기능 저하를 유발한다는 것을 증명할 수는 없다. 또한 두 가지가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도 알려주지 않는다. 하지만 라이클렌은 “앉아있으면 뇌의 산소와 연료 공급이 줄어들어 뇌 혈류가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가 있다”면서 “덜 앉고 더 많이 움직이라. 이 메시지는 아무리 반복해도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