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기후로 인한 자연재해 증가로 많은 대형 보험사들이 자연재해 취약 지역에서 더 이상 주택 보험 판매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올스테이트, 아메리칸 패밀리, 네이션와이드, 이리 인슈어런스 그룹, 버크셔헤서웨이 등 최소 5개 보험사는 이미 보험 감독 당국에 기후 이변으로 인해 일부 지역에서 주택 보험 판매를 중단하고 보험료와 자기 부담금을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통보했다.‘전국보험커미셔너협회’(NAIC)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주요 보험사들이 해안가 지역과 산불 다발 지역에서 강풍, 우박, 허리케인으로 인한 피해를 보상 대상에서 제외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약관 변경하고 보험료 인상 등에 비난
기후위험 증가로 자연재해 보험금 청구 급증
손실 막으려 자연재해 다발 지역서 잇단 철수
정부 운영 보험으로는 보상에 한계 드러나
일부 자연재해 취약 지역에서는 보험사들이 이미 가입된 주택 보험 계약을 갱신하지 않을 움직임인 것으로도 알려지고 있다. 대부분 주택 보험은 연간 계약이기 때문에 1년 뒤 계약이 만료해도 보험사는 갱신할 의무가 없다.
이는 최근 지구 온난화 악화와 자연재해 위험이 커짐에 따라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하게 여겨졌던 지역 주민도 주택 보험 가입이나 갱신이 거절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보험정보연구소’(III) 비상근 연구원 캐럴린 쿠스키 ‘환경보호기금(EDF)’ 부대표는 “보험 가입 목적인 ‘위험 요인’(자연재해)이 보험 가입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라며 현재 주택 보험 업계 상황을 꼬집었다.
올스테이트는 자사의 기후 위험 완화 전략의 일환으로 허리케인 발생 위험이 큰 지역에서 주택 및 차량 보험 신규 가입을 제한하고 ‘열대성 태풍·강풍·우박’ 피해에 대한 자기 부담금 적용을 시작할 계획이며 필요시 보상 범위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네이션와이드는 이미 일부 지역에서 주택 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네이션와이드는 2020년 이미 가주에서 자연재해 발생이 가장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보험 가입 제한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네이션와이드는 보험감독당국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허리케인 발생 위험이 높아짐에 따라 해안가에서 일정 거리 이내에 위치한 주택을 대상으로 한 보험 제공을 중단했다”라며 “올해 말까지 허리케인에 따른 손실 위험 완화를 위한 추가 조치가 마련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보험사를 대상으로 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버크셔헤서웨이도 성명서를 통해 “자연재해 위험을 반영하는 보험 약관의 업데이트와 수정이 필요하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주택 소유주는 물론 보험 업계가 최근 몇 주간 연이어 발생한 자연재해로 인해 전례 없는 어려움에 처하게 됐다. 허리케인 이달리아로 인해 조지아주와 캐롤라이나주에 심각한 홍수 사태가 발생했다.
플로리다주 일부 지역은 전에 경험하지 못한 직접적인 폭풍의 위력을 실감했다. 재난조사기관 캐런 클라크앤컴퍼니에 따르면 열대성 폭풍 힐러리로 서부 해안가 지역은 약 6억달러의 피해를 입었다. 마우이 산불로 발생한 재산 피해액은 약 32억달러로 천문학적인 피해 규모다.
보험업계에 의하면 기후변화로 인한 최근 일련의 자연재해가 보험금 청구 금액이 얼마나 빨리 증가하는지 잘 보여준다. 국제위험관리업체 ‘에이온’(Aon)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미국 보험 회사가 지급한 보험금은 2,958억달러에 달한다. ‘미국손해보험협회’(APCIA)에 의하면 이 같은 금액은 3년 기준 사상 최고액이다.
올해 상반기에 발생한 자연재해로 보험업계는 약 400억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했는데 이는 상반기 기준 세 번째로 높은 손실액이다.
APCIA의 데이빗 샘슨 회장은 “심각한 자연재해를 피할 방법은 없다”라며 “전국적으로 자연재해가 발생하고 있어 보험회사들은 ‘위험 집중도’(Risk Concentration)를 재점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보험 업계도 자연재해로 인한 손실액이 워낙 심각해 기존 보험 약관을 수정하거나 피해 급증 지역에서는 보험 업무를 철수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주택 보험료 인상은 주 정부 보험 당국에 의해 규제된다. 미네소타 법대 대니얼 슈워츠 보험업 연구원에 따르면 이 때문에 보험사들이 위험을 정확히 반영한 보험료 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험사들은 자연재해 취약 지역의 보험료를 높게 산정할 수 없고 주 전반에 걸쳐 비슷한 수준으로 보험료를 책정해야 한다. 아메리칸 패밀리 인슈어런스의 맷 매릴 전략실행 부대표는 “보험업은 위험을 기준으로 가격을 산정하는 사업”이라며 “그런데 최근 위험을 반영한 가격 산정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현재 보험업계가 겪는 고충을 토로했다.
보험 업계에 따르면 최근 보험 약관 변경이 일부 고객에게는 불리할 수 있지만 보험 업계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조치라는 입장이다. 일반적인 주택 보험으로는 화재, 강풍, 우박, 배관 결함, 폭설, 밴달리즘, 절도로 인한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다. 홍수 피해는 연방정부가 별도로 운영하는 보험 프로그램에 가입해야 보상받을 수 있다.
많은 대형 보험사는 보험 약관 변경 뒤에도 자연재해 취약 지역을 대상으로 한 기본 보험 서비스는 제공하지만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 보상은 제공하지 않겠다는 계획을 보험 당국에 알렸다. 예를 들어 허리케인 취약 지역에서는 강풍이나 우박으로 인한 피해를 보상받을 수 없고 산불 다발 지역의 경우 화재 피해 보상이 보장 범위에서 제외될 수 있다.
자연재해 피해 보상을 원하는 주택 소유주는 별도의 보험사를 통해 추가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슈워츠 보험업 연구원은 “보험사들이 위험 제한을 위해 기존 보험 약관을 변경할 수 있다는 것은 그들의 정책이 주택 소유주의 우려와 완전히 일치하지 않음을 의미한다”라고 지적했다.
전국 규모 보험사들은 자연재해 발생과 관련,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위험 예측 시스템을 적용한다. 예를 들어 늦봄 북서부 지역 산불 위험이 높아지고 초가을에는 남동부와 중서부 지역의 허리케인이 자주 발생하는 과거 패턴을 바탕으로 한 일종의 위험 분산 전략이다.
네이션와이드는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와 심각성 변화로 보험업계에 장단기적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라며 “최근 수년간 자연재해는 과거 트렌드나 사전 예측과 다르게 발생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보험사들이 이처럼 일부 지역에서 보험 판매를 중단하고 보장 범위를 제외하는 가운데 일부 주택 소유주들은 무보험 위험에 놓이게 됐다. 이에 따라 최후의 수단으로 주 정부가 나서서 보험 정책을 수립하는 실정이다.
‘보험정보연구소’(III)에 따르면 플로리다 비영리 보험기관 시티즌스 프라퍼티 인슈어런스가 2021년 주택 보험 계약 체결 기준 2위 업체로 올라섰다. 2021년 4월 기준 14개 보험회사가 플로리다를 떠났거나 더 이상 신규 보험을 판매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주택보험업계 5위 업체인 파머스는 지난 7월 가주 내 기존 주택 보험 계약 중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가주의 경우 스테이트팜과 올스테이트 등의 보험사가 이미 신규 보험 판매를 중단했거나 보장 범위 축소에 나서고 있는데 가주에서 주 정부 운영 보험 프로그램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는 전체 주택 소유주의 3%에 불과하다. 그러나 주 정부 운영 보험 프로그램도 기후 위기를 피할 수 없다.
환경 단체 시에라 클럽의 벤 젤러스 총디렉터는 “주택 재건축 비용에 대한 우려로 보험사들이 플로리다에서 대규모로 철수하는 사태를 보면서 주 정부 파산 위험이 높아지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라고 경고했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