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은 진행이 더디고 예후가 좋아서‘거북이 암’‘착한 암’ 등 좋은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특이한 암이다. 하지만 이를 믿고 방심하면 갑상선암도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위험한 암이 된다. 치료 시기를 놓쳐 분화도가 악화되거나, 발생 위치 상 림프절, 기도나 식도, 심장과 뇌로 이어지는 주요 혈관 등으로 전이될 수 있어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여성·젊은 연령 환자 많은 갑상선암
보건복지부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20년 신규 갑상선암 환자는 2만9,180명으로 암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여성이 남성보다 많았고 다른 암종 발생자가 대부분 60세 이상 연령대에 분포한 것과 비교하면 젊은 연령대에 발생자가 많았다.
송정윤 강동경희대병원 유방갑상선외과 교수는 “갑상선암이 젊은 연령대에서 많이 발생하는 건 명확한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건강검진이 보편화되면서 젊은 연령대에서도 암을 발견하게 된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고 했다.
◇초기 증상 없어 건강검진으로 대부분 발견
갑상선암은 초기에는 증상이 없어 대부분 건강검진을 통해 발견된다. 먼저 갑상선초음파 검사를 통해 결절의 유무를 확인한다. 발견된 결절이 미세석회, 저에코 침상형, 키가 큰 모형 등이 있을 때 암의 위험도가 높다.
이상 소견 결절이 발견된 경우 세침 흡인 세포 검사를 통해 갑상선암 여부를 진단한다. 갑상선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지만, 암이 진행되면 몇 가지 전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목소리가 변했거나 ▲목을 만졌을 때 이물감이 느껴지거나 ▲숨쉬기가 힘들게 압박 증상이 느껴지면 반드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
◇타 암종보다 예후 좋아 초기·말기로 구분
갑상선암의 유명한 별명으로 ‘거북이 암’이라는 별명이 있다. 갑상선암이 진행이 더디고 예후(치료 경과)가 좋아 4기여도 웬만한 다른 암종의 1~2기보다 오래 생존한다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그렇지만 갑상선암도 의학적으로는 1~4기까지 분류하고 말기인 4기는 더 세부적인 구분 단계가 존재한다.
송정윤 교수는 “건강검진이 보편화돼 갑상선암이 대부분 초기에 발견되고 있다”며, “더딘 진행과 예후가 좋은 갑상선암 특성 때문에 병기의 세세한 구분이 세간에 자주 오르내리지 않는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암 발견 시 수술적 치료가 원칙
갑상선암이 진행 속도가 더디지만 ‘착한 암’이라고 볼 순 없다. 특히 분화도가 나빠진 암의 경우는 치료가 어렵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갑상선암은 수술적 치료가 원칙이다. 미세 암이라도 재발률이 20%에 이르고, 림프절이나 기도, 식도, 뇌와 심장으로 가는 주요 혈관 등 다른 장기로 전이된다면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다면 의사와 충분한 상의 후 수술을 결정하는 것이 좋다.
◇목 수술 자국 없이 다양한 최소 침습 수술법 발전
기존 갑상선암 수술은 목 부위를 5㎝ 정도 절개하여 수술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목에 상처 없이 내시경·로봇을 이용해 수술한다.
내시경·로봇 수술은 수술 부위를 열지 않는다. 대신에 겨드랑이 등의 부위에 작은 구멍을 뚫고 여러 가지 내시경 수술 장비를 집어 넣은 뒤, 화면으로 환부를 보면서 수술 부위를 절제한다.
특히 로봇 수술은 내시경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부위도 여러 각도로 움직이는 로봇 팔을 이용하여 수술이 가능하다.
겨드랑이와 유두를 통한 접근법부터 귀 뒤편 후이개를 통한 접근법, 입 쪽으로 들어가는 경구강 접근법까지 흉터를 남기지 않는 여러 가지 수술법이 개발돼 있다.
◇김·미역·다시마 등 요오드 함유 해조류, 발병 원인 아냐
갑상선암은 방사선 노출 외에 알려진 원인이 없다. 따라서 예방하기 위한 생활 습관 역시 따로 있지 않고 암 예방을 위한 생활 수칙으로 알려져 있는 것들을 지키면 된다. 특히 수술 이후 식사에 대한 문의가 가장 많은데, 특별히 주의가 필요한 음식은 없다.
송정윤 교수는 “김, 미역, 다시마 등 요오드가 많이 함유된 해조류를 피해야 한다고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방사성 동위 원소 치료 시 치료를 돕고자 2주간 해조류 섭취를 제한하는 내용이 와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갑상선암도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균형 잡힌 식단을 골고루 섭취해 좋은 영양 상태를 유지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적절한 운동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