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공화당 강경파 만나 부추긴 의혹”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 추진의 배후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과 정기 접촉하면서 바이든 대통령 탄핵 추진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전날 공화당 소속인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이 직권으로 하원위원회에 탄핵 조사를 개시하라고 지시한 것은 결국 트럼프 전 대통령 본인의 ‘작품’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내 강경파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와 정기적으로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스 스테파니크·마조리 테일러 그린 의원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만남의 목적은 ‘바이든 탄핵 추진 교사’였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공화당 하원 전당대회 의장인 스테파티크 의원은 지난 한 달간 트럼프와 매주 만났다. 탄핵 조사 전략도 직접 브리핑했다고 한다. 스테파티크 의원은 이미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4년 대선 출마 지지 선언을 한 데다, 그가 내년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유력한 부통령 후보로도 거론된다. 매카시 의장 측근으로 분류되는 그린 의원은 지난 10일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만찬을 가졌는데, 매카시 의장이 하원의 탄핵 조사를 지시하기 불과 이틀 전이었다. 그린 의원은 당시 “탄핵 조사로 바이든이 극도로 고통스러워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매카시 의장의 돌발적인 ‘대통령 탄핵 조사 지시’를 둘러싼 의문도 조금씩 풀리는 분위기다. 매카시 의장은 당초 “차남 헌터의 각종 비리에 바이든 대통령 책임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오래전부터 탄핵을 거론하긴 했지만, 실제 탄핵 조사 여부는 하원 표결로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그런데 전날 돌연 직권으로 탄핵조사를 지시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과의 예산안 협상에서 그의 미온적 태도를 문제 삼는 공화당 내 강경파 달래기 시도라는 관측이 나왔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쟁자 내치기 작전’일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로선 민주당의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다.
물론 탄핵 인용 가능성은 낮다. 하원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더라도, 상원에서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한데 현재 상원은 민주당이 과반을 점하고 있다. CNN방송은 “바이든 탄핵 조사는 트럼프의 복수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응도 눈에 띈다. ‘바이든 탄핵 추진’에 대해선 직접 언급을 하지 않았으나, 자신의 형사 기소 4건과 관련해 “미국 정치 체제가 썩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발언엔 적극 호응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의 해당 언급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북러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나왔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트루스소셜에 올리며 ‘동조’의 뜻을 밝혔다. 앞서 그는 지난 7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푸틴 대통령을 ‘천재’라고 치켜세우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영리한 일”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