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진단-마약에 죽어가는 한인들 실태
값싼 혼합 마약 넘쳐
사망 5년새 40% 늘어나
펜타닐·필로폰 중독
길거리에서 숨지기도
지난 5월 33세 한인 신모씨가 길거리에서 펜타닐과 메스암페타민(필로폰)의 영향으로 사망했다. 또 3월에는 33세 한인 강모씨가 메스암페타민으로 인해 병원에서, 50세 한인 김모씨는 지난 2월 펜타닐과 메스암페타민 과다복용으로 재활 및 중독치료센터에서 목숨을 잃었다. 이에 앞서 1월에도 38세 한인 양모씨가 코카인과 메틸렌디옥시메스암페타임(엑스터시) 때문에 주택에서 생을 마감했다.
펜타닐 확산 등 마약 문제가 심각해지는 가운데 이처럼 약물 중독 및 과다복용으로 사망하는 한인들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사회 전반을 휩쓸고 있는 마약 문제가 한인사회에서도 예외가 아닌 것이다.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한 해 동안 전국적으로 약물 중독 및 과다복용으로 자살이 아닌 의도치 않은 죽음을 맞이한 한인은 105명으로 잠정(provisional) 집계됐다. 전년도와 비교해 연간 7.1% 늘어난 숫자였다. 5년 전과 비교하면 138.6% 증가했다. 2018년부터 5년간 416명의 한인이 이렇게 목숨을 잃었는데, 2018년 44명, 2019년 72명, 2020년 97명, 2021년 98명 등 수년간 계속 증가해 왔다.
약물 과다복용으로 자살한 한인은 2018년 15건, 2019년 18건, 2020년 18건, 2021년 23명, 2022년(잠정) 27건 등이었다.
마약 재활 기관인 나눔선교회의 정근택 전도사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기호용 마리화나 합법화 이후 마약 거래가격이 전반적으로 떨어졌고, 저렴하고 질 나쁜 약도 전보다 늘어났다. 지금 20달러면 예전에 100달러로 살 수 있던 양을 살 수 있다. 또 채팅앱 등 거래 방법도 다양화돼 마약 구매가 더욱 용이해졌다. 한인타운에서도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펜타닐이 섞여있는 혼합 마약이 특히 많다.
게다가 저렴한 것을 구하다 보니 심정지 등 부작용이 더욱 심한 것”고 말했다. 이어 “처벌 수위가 낮아진 것도 문제인데 이제는 체포돼도 금세 풀려나거나 체포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한인 청소년들에게도 위협이 되고 있다. 정 전도사는 “이제는 첫 경험하는 시기가 10대 초반까지 내려왔다. 학교 친구를 통해 알게되는 경우, 교회 연합 수련회 같은데서 사귄 친구를 통해 접하는 경우 등인데 초기에 바로잡으면 쉬운데 학부모들이 이미 중독이 많이 진행된 상태에서 아는 경우가 많은 것이 더욱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자녀가 안쓰던 안약, 향수 등을 갑자기 쓴다든지, 담배를 안피는데 라이터가 있다든지, 갑자기 불면증에 시달린다든지, 전과 달리 갑자기 폭식을 한다든지 등의 정황이 있으면 의심해 볼 수 있으며, 약물 사용 문제가 있다면 나눔선교회와 같은 전문기관을 찾아 상담해 볼 것을 강력히 권한다”고 덧붙였다.
마약 확산은 전국적으로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CDC에 따르면 자살이 아닌 약물 중독 및 과다복용 사망자는 2018년 5만8,908명, 2019년 6만2,172명, 2020년 8만3,558명, 2021년 9만8,268명, 2022년(잠정) 9만9,369명 등으로 1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보건 비영리단체 카이저 패밀리재단(KFF)이 지난 15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가 지난 7월 성인 1,32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9%가 자신 또는 지인이 오피오이드(마약성 진통제) 약물 중독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오피오이드는 마약성 진통제들을 말하며 최근 수년간 크게 확산한 펜타닐도 이 계열에 속한다. 농촌 지역에 거주하는 성인 42%가 오피오이드에 중독됐다고 응답해 교외 지역(30%)과 도시 지역(23%)보다 더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인종적으로는 백인(33%)이 흑인(23%)과 히스패닉(28%)보다 중독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