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수퍼 화요일’ 전날 첫 재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네 차례 형사 기소 사건 중 첫 재판 일정이 내년 3월로 잡혔다. 2024년 미국 대선 공화당 경선의 절정인 ‘수퍼 화요일’ 하루 전날이다. 측근들의 재판도 시작됐고, 지지율 역시 답보ㆍ하락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경선 캠페인 과정에서 삼중고에 직면하게 생겼다.
타니아 처트칸 워싱턴연방지법 판사는 28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사건 심리에서 첫 재판 일정을 내년 3월 4일로 결정했다. 처트칸 판사는 재판 일정 결정 배경과 관련, “신속한 재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날은 내년 미국 대선 공화당 후보를 뽑는 경선 판세가 결정될 가능성이 큰 슈퍼 화요일 전날이다. 슈퍼 화요일은 정당별로 대통령 후보를 지명하기 위한 전당대회 대의원을 뽑는 코커스(당원대회)와 프라이머리(예비선거)가 가장 많이 열리는 날이다. 최다 인원의 선거인단이 결정된다는 얘기다. 공화당의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 첫 재판 다음 날인 내년 3월 5일 앨라배마 아칸소 캘리포니아 등 15개 주(州)에서 코커스나 프라이머리를 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발끈했다.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 “편파적인, 트럼프 혐오 판사가 (특별검사가 제안한 재판 시작일부터) 겨우 두 달 연기를 허용했다”며 “바로 우리의 타락한 정부가 원하던 대로다. 슈퍼 화요일. 난 항소할 것”이라고 썼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한 잭 스미스 특검은 내년 1월 2일 첫 재판을 열자고 제안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내년 대선(2024년 11월) 이후인 2026년 4월 시작해 달라고 법원에 요구했다. 그런데 민주당 출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임명한 처트칸 판사가 사실상 특검의 손을 들어주자 트럼프 전 대통령 등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측근들의 재판도 본격화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는 악재가 겹치는 분위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이었던 마크 메도스는 2020년 미국 대선 조지아주 선거 결과 뒤집기 시도 사건과 관련, 이날 조지아주 연방지법에서 열린 재판 관할 법원 이첩 요청 공판에 참석했다. 지방법원에서 연방법원으로 사건이 이첩될 경우, 같은 건으로 재판을 받아야 할 트럼프 전 대통령도 이를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이날 스티브 존스 판사가 판결을 내리지 않아 결정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화당 내 지지율은 여전히 압도적 1위이나, 일부 조사에선 하락세가 감지되기도 했다. 미 에머슨대가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 내 지지율은 50%로 나타났다. 이는 열흘 전쯤 실시한 같은 조사보다 지지율이 6%포인트 하락한 결과다. 물론 2위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12%)와는 차이가 컸지만, 기소 이후 지지율 상승 흐름이 한풀 꺾였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