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발 신용등급 하향 ‘쇼크’, 무디스 이어 은행들 무더기
시중 금리 상승 여파로 금융 업계에서 차입 리스크가 확산되고 있다. 신용평가사들이 잇달아 중소형 은행들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면서 늘어난 채무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는데 한인은행들 역시 차입 위기를 안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일반 고객들의 경우 시중금리 상승으로 인한 채무 증가로 빚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2일 뉴욕 증시에 따르면 대형주 중심의 S&P 500 지수는 전일 대비 12.22포인트(0.28%) 하락한 4,387.55에 마감했다. 다우존스 지수는 174.86포인트(0.51%) 떨어진 3만4,288.83을 나타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만 8.28포인트(0.06%) 소폭 오른 1만3,505.87에 장을 마쳤다. 이날 증시가 부진한 것은 S&P의 은행 신용등급 강등 여파 탓이다. S&P는 전날 ▲자금 조달 위험 ▲높은 중개예금(Brokered deposit) 의존도 등을 이유로 은행 2곳(어소시에이티드 뱅코프, 밸리내셔널뱅코프)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규모 예금 인출 ▲만연한 고금리 등을 이유로 은행 3곳(UMB파이낸셜 코프, 코메리카뱅크, 키코프)의 등급 역시 한 단계 낮췄다.
S&P의 중소형 은행 등급 하향은 금융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요인이다. 등급 조정의 가장 큰 이유는 차입에 대한 리스크가 커졌다는 점이다.
은행은 기본적으로 자기 자본에 더해 채무를 빌려와 레버리지를 통해서 기업과 일반 고객들에게 대출을 해줌으로써 이익을 남기는데 최근 금리 상승 여파로 채무 비용이 비싸져 은행 펀더멘털에 위기가 커졌다는 것이다. S&P에 앞서 은행들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무디스의 논리도 결국 차입 비용 증가와 연관돼 있다.
문제는 한인 은행들 역시 이러한 차입 리스크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선두 은행 뱅크오브호프가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유동성 악화 상황에 대비해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RB·연준)로부터 14억달러를 차입한 바 있다. 호프는 해당 차입이 리스크 대비 차원이며 현재 은행 상황이 유동성 부족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강조했지만 올해 들어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이와 같은 거액의 차입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인 은행은 물론 금융권이 우려하는 차입 공포가 사라지려면 시중 금리가 떨어져야 한다. 하지만 이날 기준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한때 4.36%까지 치솟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장기채 금리가 하락해야 한인 은행 같은 금융기관들의 차입 금리 역시 떨어지는데 아직은 이와 같은 조짐이 나타나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오는 25일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어떤 발언을 할지 관심을 기울이는 상황이다. 연준 입장에서 금리가 높으면 SVB 파산 같은 위기가 또 올 수 있는 만큼 시장의 금리를 억제하는 발언을 할 가능성이 있다.
금리 상승은 금융기관 뿐만 아니라 한인 비지니스 오너 같은 일반 고객들에게도 큰 고통이다. 신규로 대출을 받으려고 해도 돈을 빌리기가 힘들 뿐만 아니라 차입이 가능하더라도 매우 높은 금리를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현재와 같이 막힌 자금 흐름이 실질적인 폐업으로 번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여유가 있는 비지니스 오너들은 버티면서 경기가 개선되길 기다릴 수 있지만 매출 감소로 대출이 절실한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사업을 접는 것 외에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