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측과 임금 인상·분배금 협상 결렬, 작가조합과 동반 파업
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 이하 배우조합)이 곧 파업에 들어간다고 13일 밝혔다. 미 작가조합(WGA)이 현재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배우조합이 합류하면서 할리웃의 양대 노조가 1960년 이후 63년 만에 동반 파업을 벌이게 됐다. 이로써 향후 대부분의 할리웃 영화·방송 제작이 차질을 빚을 전망이어서 남가주 경제에 파급 효과가 큰 영화산업의 마비가 경제 악영향으로 이어질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계약 협상 결렬
배우조합의 수석협상가 던컨 크랩트리-아일랜드는 이날 LA에 있는 조합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도부 투표로 14일 0시부터 파업을 시작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배우조합은 지난 한 달여간 넷플릭스, 디즈니, 디스커버리-워너 등 대기업 스튜디오를 대표하는 영화·TV제작자연맹(AMPTP)과 고용계약 협상을 벌였으나, 결국 협상이 결렬됐다. 배우조합과 AMPTP 간 계약은 지난달 30일 만료될 예정이었다가 협상 과정에서 한 차례 연장돼 12일 밤 11시59분 만료됐다.
막판 협상에는 연방조정화해기관(FMCS)이 개입해 중재를 시도했지만, 양측은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배우조합은 지난달 7일 파업 여부를 결정하는 투표에서 98%의 찬성표를 얻었으며, 협상이 결렬될 경우 곧바로 파업에 들어간다는 계획으로 협상에 임해왔다.
■스트리밍·AI 활용 등 쟁점
배우조합은 앞서 파업을 시작한 작가조합과 마찬가지로 스트리밍 시대 도래에 따른 재상영분배금(residual)과 기본급 인상, 인공지능(AI) 도입에 따른 배우의 권리 보장 등을 요구해왔다.
특히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시청자들이 작품을 볼 때마다 작가·감독·배우들에게 지급되는 로열티인 재상영분배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배우들의 큰 불만이다. 배우들은 또 자기 외모나 목소리가 AI가 생성하는 이미지에 무단으로 사용될 것을 우려하면서 이를 방지할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의료·연금보험 강화와 불합리한 오디션 관행 개선 등도 요구했다.
그러나 사측인 AMPTP는 성명에서 “이것은 우리의 선택이 아니라 노조의 선택”이라며 “노조가 역사적인 임금·재상영분배금 인상, 연금·건강보험료 상한액 대폭 인상, 시리즈 제작 기간 단축, 배우의 디지털 초상권을 보호하는 획기적인 AI 대책 등을 담은 우리의 제안을 묵살했다”고 밝혔다.
■할리웃 영화계 마비 우려
배우조합의 파업은 1980년 이후 43년 만이다. 배우조합과 작가조합이 동시에 파업을 벌이는 것은 과거 TV에 판매된 영화 재상영분배금 문제를 놓고 함께 싸웠던 1960년 이후 63년 만이다. 1960년 당시 배우조합 회장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었다.
배우·방송인 노동조합에는 16만여 명의 배우, 방송 기자, 아나운서, 진행자, 스턴트 연기자들이 소속돼 있으나, 이번 파업은 지난달 7일 투표에 참여해 파업을 승인한 배우 6만5,000명에게만 영향을 미친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메릴 스트립을 비롯해 제니퍼 로런스, 벤 스틸러 등 정상급 배우 300여명은 지난달 말 조합 지도부에 공동 서한을 보내 파업 참여 의지를 밝히며 배우들의 요구를 제대로 관철시킬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영화·방송작가 1만1,000여명이 소속된 작가조합이 지난 5월2일부터 2개월 넘게 파업을 진행 중인 상태에서 배우조합까지 파업에 합류하면서 할리웃 산업은 막대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CNN에 따르면 밀컨 연구소는 배우조합과 작가조합의 이번 동반 파업이 신속하게 해결되지 않으면 40억 달러가 넘는 경제적 손실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