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작년 2,850억달러 1위, 여전히 세계 최대 종착지
미국이 여전히 세계 최대의 외국인직접투자(FDI) 종착지라는 점이 5일 확인됐다. 비록 투자액이 줄고 있기는 하지만 1위 자리는 고수했다.
월스트릿저널(WSJ)은 이날 공개된 유엔 통계를 인용해 미국이 지난해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FDI를 유치한 국가 자리를 지켰다고 보도했다.
유엔에 따르면 미국에 유입된 FDI 규모는 지난해 2,850억달러에 이르렀다. 그러나 규모 자체는 쪼그라들었다. 전세계 기업들이 경기둔화라는 불확실성과 금리인상에 따른 자금조달 비용 상승 속에 해외 투자 자체를 줄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FDI 2,850억달러는 2021년 3,880억달러에 비해 36% 넘게 줄어든 규모다. FDI 규모가 줄었다고는 하지만 조만간 상황이 크게 개선될 것이란 기대는 높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법 덕에 재생가능에너지와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등의 미국 투자가 활발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은 아직 법 시행 초기 단계여서 그 효과를 추산해 통계에 반영하기에는 이르다고 일단 신중한 입장을 보였지만 법이 마련되면서 외국 업체들의 대규모 투자계획이 속속 발표된 점을 감안하면 미 FDI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FDI는 1조3,000억달러로 1년 전보다 12% 줄었다. 미 FDI 감소폭 36%의 3분의 1 수준 감소폭이다.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들은 FDI가 평균 37% 감소했다. 특히 유럽연합(EU)의 감소폭이 컸다.
반면 개발도상국들은 전체 FDI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FDI가 4% 증가한 9,160억달러에 이르렀다. 특히 카리브해 국가들을 포함한 중남미 국가들에 유입된 FDI는 51% 폭증한 2,080억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전세계 FDI 회복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유엔은 전망했다.
미 FDI가 올해 IRA·반도체법 등에 힘입어 반등이 예상되는 것과 달리 유엔은 기업 경영자들의 ‘불안, 위험 회피’ 흐름을 감안할 때 전세계 FDI가 올해 강하게 반등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FDI 규모 1조3,000억달러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면 2009년 이후 가장 저조한 성적이다. 다만 유엔은 당초 우려했던 것보다는 감소폭이 작았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세계 경제는 팬데믹 후폭풍 지속과 치솟는 식료품·에너지 가격, 미국과 중국간 갈등 심화로 어려움을 겪었던 터라 FDI가 이보다 더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우려했다는 것이다.
레베카 그린스팬 유엔무역개발위원회(UNCTAD) 사무총장은 “지난해 국제 투자 전망은 극도로 어두웠다”면서 “그러나 국제투자 흐름이 고전하기는 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는 더 강한 내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의 경우 반도체, 이차전지 등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가 늘어 올해 상반기 외국인직접투자(FDI) 신고액이 역대 최대 규모를 나타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상반기 외국인직접투자가 신고 기준으로 전년보다 54.2% 증가한 170억9,000만달러로 역대 상반기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고 4일 밝혔다.
2분기(4∼6월) 외국인직접투자 신고액 역시 114억6,000만달러로 역대 2분기 중 최대 기록을 나타냈다. 외국인직접투자 신고액은 지난해 3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으로 역대 해당 분기 최대 규모를 기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