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제작 어려워지자 K-콘텐츠 의존도 높아져
할리웃 작가들의 파업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콘텐츠 업계에서 한국 K-드라마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내 드라마 제작이 어려워진 환경에서 넷플릭스를 비롯한 주요 업체들의 한국 콘텐츠 의존성이 확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LA타임스(LAT)는 28일 ‘넷플릭스가 할리웃 파업으로 한국 드라마 업계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현재 할리웃에서 미국 작가 조합(WGA)의 파업으로 스튜디오들의 콘텐츠 제작에 차질이 빚어지는 상황에서 넷플릭스와 같은 미국 주류 대형 업체들이 한국 투자를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는 내용이다. ‘오징어 게임’을 필두로 인기가 많은 한국 드라마가 전 세계 시장에서 미국 드라마를 대체할 상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콘텐츠 업체들의 한국 투자는 실제로 현재진행형이다. LAT에 따르면 대표적으로 넥플릭스가 자체 제작물 52개를 포함해 약 130개의 한국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데 향후 4년 동안 25억달러를 추가로 투자해 드라마·영화를 더 만들 예정이다. 오징어 게임에 이어 ‘킹덤’과 ‘지옥’ 등이 넷플릭스에서 글로벌 1위 타이틀을 차지했고 전체 구독자의 약 60%가 한국물을 시청하는 등 K-콘텐츠의 인기가 크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의 경쟁사인 디즈니도 자사 플랫폼 디즈니플러스 방영을 위해 넷플릭스와 비슷한 금액을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헐리웃 파업과 같은 사태가 변수가 한국 콘텐츠 업계에서도 출현할 가능성이 있다. LAT에 따르면 최근 한국 드라마 제작업체들은 예전처럼 넷플릭스와 협업을 선호하지 않고 있다. 글로벌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노출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지적재산권을 독점하는 넷플릭스의 계약 방식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LAT와 인터뷰한 한 한국 제작사의 스태프는 “일주일에 100시간 가까이 일하고 3,400달러의 월급을 받았다”며 드라마 제작 과정에서 불법 초과 근무가 당연스럽게 여겨진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더해 한국 작가 연대 단체들은 서울에 종로구에 위치한 넷플릭스 한국지사 건물 앞에서 넷플릭스가 창작자들에 대한 보상을 강화해야 한다며 WGA 파업 연대 시위를 열기도 했다.
이 때문에 넷플릭스의 경우 한국에서 콘텐츠 제작자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최근 방한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는 “인기 드라마의 경우 시즌2가 나올때 시즌1의 인기를 계산해 보상한다”며 “한국 신예 감독과 작가들이 참여하는 프로젝트도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IP 이익 공유와 같은 실질적인 보상안은 빠져있어 한국 콘텐츠 업계에서는 비판적인 시각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