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 따르느라 기업들 진땀
미국에서 중국 바이트댄스의 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을 이용하는 사람의 수가 전체 인구의 절반에 육박하면서 현지 기업 생태계에 일대 격변이 일고 있다.
월스트릿저널(WSJ)은 “오늘날 소비자 지향적 사업을 하는 모든 이에게 틱톡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무엇이 됐다”고 21일 진단했다.
틱톡에서 활동하는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새롭게 만들어내는 유행이 젊은 층의 기호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해지면서 기업들도 이를 고려해 제품을 개발·생산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이다.
소셜미디어에서 시작된 유행은 갑작스럽게 타올랐다가 어느 순간 꺼지는 경향이 강하다. 그런데도 기업들은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이런 휘발성 강한 요구사항들을 일일이 반영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고, 이로 인해 신제품 개발 및 출시와 관련한 기존의 통념이 무너지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WSJ은 지적했다.
예컨대 뉴욕에 본사를 둔 화장품 회사 타르트 코스메틱은 작년 틱톡에서 피부 산성도에 따라 색상이 변하는 제품이 인기를 끌자 불과 석 달 만에 같은 특성을 지닌 상품을 출시했다.
이 회사의 애나 스포너글 수석부사장은 이를 위해 새벽에 한국 내 공장에 연락하는 등 매우 바쁜 일정으로 개발 및 생산이 진행됐다면서 평상시라면 새 제품을 출시하는데 1년 이상이 걸린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제품주기가 빨랐던 패션업계에선 새 제품이 나오고 사라지는 주기가 더욱 가속하고 있다.
예컨대 패스트패션 기업 에딕티드(Ediked)는 매월 틱톡에서의 유행을 반영한 150개 스타일을 내놓는다. 특정 제품의 기획과 생산, 판매가 마무리되는 주기는 대략 12일 안팎이라고 한다.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인 데디 슈워츠버그는 “과거 소매업자들은 시장분석업체 보고서나 패션쇼 등을 보고 어떤 트렌드가 올지 추측했다. 하지만 틱톡이 있으면 추측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실패하는 제품도 적지 않다. 요식업계 등에서는 틱톡 유행의 부작용을 겪기도 한다.
텍사스식 멕시코 음식 프랜차이즈인 치폴레 멕시칸 그릴은 최근 한 인플루언서가 사워크림과 허니 비네그레트소스 등을 섞어 자신만의 메뉴를 만드는 법을 소개한 이후 이를 따라 하려는 ‘맞춤형 주문’이 급증해 골치를 앓았다. 일부 매장이 메뉴판에 없는 메뉴란 이유로 주문을 거부하자 온라인을 통해 거센 반발이 제기됐고, 결국 이 프랜차이즈는 해당 메뉴를 정식 메뉴화해야 했다고 WSJ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