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력상실 신고 30건 접수, NHTSA 나서 조사 진행
현대자동차의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가 운전 중 갑작스러운 동력 꺼짐 현상으로 연방 당국 조사를 받게 됐다.
한국 자동차 브랜드들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을 받지 못해 전기차 시장에서 부진한 가운데 이번 조사는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18일 연방교통부 산하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따르면 2022년형 현대차 아이오닉5 차량에서 동력 상실이 발생했다는 소비자 불만이 총 30여건 접수됐다. 관련 문제 사항을 리포트한 운전자들은 주행 중에 ‘펑’하는 큰 소음과 함께 대시보드에 경고 표시가 뜬 뒤 곧바로 차량의 동력이 완전히 상실되거나 일부 감소하는 충격적인 경험을 했다고 보고했다.
차량 동력 상실은 주행 중에 발생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매우 민감한 사항이다. NHTSA에 따르면 이번 사안과 관련된 아이오닉5 2022년 모델 약 4만대의 차량이 미국에서 운행 중인 상황이다.
문제를 중요하게 보고 NHTSA는 관련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당국에 따르면 NHTSA의 차량결함조사국(ODI)은 여러 차주와 인터뷰를 통해 동력 손실 범위를 비롯해 경고 메시지와 동력 상실 사이의 시간 간격을 확인했다. ODI는 해당 문제가 전기차 배터리에 전원을 공급하는 통합제어충전장치(ICCU)와 관련 있다고 파악한 상황이다. 또한 NHTSA는 아이오닉5의 안전 관련 문제를 보다 더 면밀히 조사하기 위해 예비 평가(Preliminary Evaluation)도 곧 시행할 예정이다. 예비 평가에서 실제 문제가 발생되면 향후 정식 리콜로 이어질 수 있다.
현대차 측도 문제를 파악하고 NHTSA의 조사에 협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현대차는 아이라 가브리엘 대변인을 통해 당국 조사에 참여해 영향을 받는 차량의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고 필요한 경우 관련 부품을 교체하기 위한 서비스 캠페인도 7월에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조사 협조와 무관하게 이번 아이오닉5 사태가 현대차의 미국 시장 전기차 판매에 악재가 나타날 수도 있다. 올해 들어 현대차는 미국에서 전기차 시장이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이 부진한 상황이다.
문제가 된 아이오닉5의 경우 올해 들어 5월까지 1만505대가 팔렸는데 전년 동기(1만839대) 대비 판매량이 줄어들었다. 출시 2년차를 맞아 신차 효과가 감소된 탓이라고 하기에는 다른 전기차 모델의 판매량도 신통치가 않다. 대표적으로 아이오닉6의 경우 올해 판매량이 불과 2,083대에 불과하다. 지난 3월 출시 이후 매달 조금씩 늘고 있지만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현대자동차의 형제 회사라고 할 수 있는 기아도 올해 들어 대표 전기차 EV6가 5월까지 6,870대 판매를 기록해 전년 동기(1만1대) 대비 부진하는 등 비슷한 상황이다.
한국 자동차 브랜드들이 미국 시장에서 처해 있는 더 큰 문제인 차량 도난 이슈의 경우 사태가 더 비화되는 상황이다. 최근 뉴욕시는 연방 법원에 현대차와 기아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훔치기 쉬운 차를 팔아 법적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차·기아가 관련 문제로 소송을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관련 차량을 소유한 차주들이 현대차, 기아를 상대로 집단 소송에 나선 바 있다. 사태 해결을 위해 현대차·기아는 지난달 2억달러 규모 배상에 미국 차주들과 합의했다.
당분간 현대차, 기아는 차량 절도 문제로 어려움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에 따르면 뉴욕시 외에도 샌디에이고, 볼티모어, 클리블랜드, 밀워키, 시애틀 등이 관련 문제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