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용 부동산 뇌관 터지나
미국 경제의 새로운 뇌관으로 부상한 상업용 부동산 리스크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의 기준 금리 인상으로 이자율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경기 둔화·재택 근무 확산으로 오피스 수요가 줄면서 자산 가치가 급락한 탓이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은 중소형 은행들이 주로 했는데 관련 의존도가 높은 한인 은행으로도 불똥이 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타나는 상황이다.
12일 월스트릿저널(WSJ)에 따르면 금융 시장에서 약 1,400억달러 규모의 올해 만기예정 상업용 부동산 저당 증권(CMBS)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CMBS는 오피스 빌딩, 상가, 호텔 등 상업용 부동산을 담보로 한 대출 채권을 기초로 하는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말한다.
문제는 해당 CMBS를 기반으로 한 건물의 가치가 하락하면서 채무 상환이 힘들어진 것은 물론 만기 연장도 어려워져 상당 금액의 대출이 부실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향후 3년으로 기간을 늘리면 만기가 예정된 상업용 부동산 대출 규모는 1조5,000억달러로 늘어난다. 그만큼 경제에 미칠 악재도 커질 수 있는 것이다.
■건물 가치 하락이 주원인
상업용 부동산 대출 우려가 대두된 가장 큰 원인은 기본 자산인 건물의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역별로 차이는 있지만 블룸버그는 미국 상업용 부동산의 자산 가치가 평균적으로 고점 대비 약 15% 하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가주의 오피스 빌딩 가격 하락이 심각한데 지난 4월 새로 매물로 나온 샌프란시스코의 한 22층 곤뮬의 가치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 약 80% 추락해 시장에 충격을 줬다. 이와 관련해서는 인근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들의 대규모 해고가 공실을 불러왔다는 분석이 많다.
오피스 빌딩의 가치가 하락한 것은 공실 문제 영향이 크다. 대표적으로 앞서 언급한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부동산정보업체 JJL 조사에서 공실률이 지난 4월 기준 무려 30%에 달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15%)와 비교해도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팬데믹 이후 재택 근무가 일상화되면서 오피스 수요가 낮아진 결과다. 실제 컨설팅업체 나이트프랭크 조사에서 직원 5만명이 넘는 글로벌 대기업 347곳 중 절반은 사무실 공간을 축소하는 중이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연준이 기준 금리를 올리면서 이자율이 올라가 신규 대출이 어려워진 점도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목을 조이고 있다.
■중소형은행 파산 발생할수도
결국 피해가 예상되는 곳은 중소형 은행이다. 부동산 업체들이 오피스 빌딩을 매입할 때 차입이 필수인데 관련 대출을 중소형 은행이 담당했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 피치에 따르면 자산 규모가 1,000억달러 이하인 중소 은행의 총 자산 대비 상업용 부동산 대출 비중 평균은 14.4%로 집계됐다. 이와 관련해 살펴보면 1,000억~2,500억달러(8.15%), 2,500억~7,000억달러(5.10%) 등 은행의 자산규모가 커질수록 비중은 떨어졌다.
최악의 상황은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많은 중소형 은행의 예금주들이 불안을 느끼고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처럼 뱅크런이 발생하는 것이다.
실제 이와 관련해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이 CNBC와 인터뷰에서 “원격 근무 확대와 고금리 환경에서 은행들의 구조조정을 우려해 발생할 어려움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금융시스템은 안전하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것이지만 상업용 부동산 대출과 관련해 중소형 은행들의 파산과 인수·합병(M&A)이 예상된다는 의미다.
■한인 은행도 위기 가능성
상업용 부동산 위기와 관련해서는 한인 은행들도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 LA 비즈니스저널(LBJ)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인 은행들의 전체 대출에서 부동산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은 편이다. 대표적으로 오픈뱅크의 경우 15억9,126만달러로 92%에 달하고 CBB도 13억8,556만달러로 91% 수준이다. 선두 은행인 뱅크오브호프는 67%로 비중은 낮지만 전체 금액(102억9,307만달러)은 압도적으로 많다. 이외에 PCB(18억2,216만달러·88%)와 한미은행(45억6,194만달러·76%)도 부동산 대출 비중이 높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