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5일부터 부분 파업…항만 일부 터미널 폐쇄돼
LA 항과 롱비치 항의 일부 하역 터미널이 일시 중단되면서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임금과 복지 혜택을 포함한 단체협약 내용을 놓고 노사간 협상이 1년이 넘도록 지지부진해지자 노조가 파업을 벌인 탓이다.
물류 대란으로 홍역을 치렀던 소매업계는 항만 하역 작업이 차질을 빚으면서 파업의 전운이 감돌고 있는 것에 우려를 표시하며 노사간의 빠른 합의를 위해 백악관이 나서야 한다며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과 워싱턴 포스트(WP) 등 주요 언론들은 LA 항과 롱비치 항의 3개 하역 터미널이 5일부터 폐쇄돼 하역 작업이 중단되면서 전면 파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1개 터미널이 폐쇄된 LA 항의 필립 샌필드 대변인은 “페닉스 터미널이 5일부터 폐쇄됐다”며 “이곳을 제외하고 다른 터미널들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2개 터미널이 폐쇄된 롱비치 항도 일단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마리오 콜데로 롱비치 항만청장은 “6개 중 2개의 터미널이 폐쇄됐지만 롱비치항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운영상의 문제로 인한 폐쇄여서 곧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분 폐쇄로 하역 작업이 지장을 빚으면서 이미 일부 지연 등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 주요 언론 매체들은 이번 LA 항과 롱비치 항의 일부 터미널이 일시적이지만 폐쇄된 이유로 노조의 단체 행동을 꼽고 있다.
LA항과 롱비치항을 비롯해 서부 연안에 29개 항만의 2만2,000여명의 노조원을 대표하고 있는 서부항만노조(ILWU)와 사용자인 태평양해사협회(PMA) 사이에 새로운 단체협약을 위한 협상이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됐지만 아직 타결을 보지 못한 채 1년을 넘기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일 파업 모임을 가진 노조는 2일부터 출근을 하지 않거나 작업 지연과 같은 단체 행동을 벌였는데 이번 터미널 폐쇄 사태는 그 연장선에 있다.
ILWU의 윌리 애덤스 위원장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항만 운영사는 5,100억달러의 기록적인 수익을 올렸다”면서 “해운 산업에 막대한 수익을 가져다 준 항만 노동자들의 희생을 인정하지 않는 어떤 협상안에도 합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ILWU와 PMA 사이에 쟁점은 임금 인상과 하역 설비 자동화 도입이다. 양측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면서 지루한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WP에 따르면 협상이 어느 정도 타결점에 도달했지만 임금 인상폭을 놓고 의견이 첨예하고 대립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노사간의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LA와 롱비치 항이 폐쇄되는 사태가 벌어지자 소매업계와 물류업계는 물류 대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LA 항과 롱비치항은 미국으로 수입되는 물량의 40%를 처리할 만큼 주요한 물류 관문이다. LA항만 1년에 4,400억달러 규모의 수입 물량을 처리하고 있다. 두 항만이 파업으로 폐쇄되면 관련 업계가 입을 피해 또한 막대할 수밖에 없다.
전면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운송료와 사용료가 급증하면서 수입 업체와 소매 업체들은 물론 소비자들도 높은 가격을 부담해야 하는 등 미국 경제에도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미국소매협회는 노사간의 원만하고 조속한 협상 타결을 위해 백악관이 중재에 나서 개입해 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해 조 바이든 행정부가 철도 파업의 중재 역할을 해 타협을 이끌어 낸 바 있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노사간 협상 진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양측이 상호 호혜적인 결과를 도출해내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협상 개입과 관련해선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고 매체들은 덧붙였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