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 한국 학교생활의 불편한 이면 집중 조명
"'더글로리'는 실제 토대"…전문가들 '예방에 초점 맞춰야' 지적
세계적인 인기를 끈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는 학교폭력 가해자가 학교 체육관에서 뜨거운 고데기로 같은 반 친구인 주인공의 살을 지지는 장면이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한국의 학교폭력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장면이라며 한국 학교생활의 어두운 이면을 7일(현지시간) 조명했다.
가디언은 일부 비평가들이 ‘더 글로리’의 장면들이 너무 충격적이라고 비판하지만, 고데기 장면을 포함해 일부 장면은 실제 일어난 일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며 만연한 학교폭력을 묘사한 이 드라마가 한국 사회에 반향을 일으켰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최근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한국에서 학교폭력과 괴롭힘이 급증했다며 그 수법이 점점 더 악랄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괴롭힘과 학교폭력이 한국 사회에 늘 존재해 왔지만, 영화 속 장면들을 모방하고 SNS를 이용해 피해를 확산시키는 등 그 수법이 더 교묘하고 악의적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곽 교수는 또 학교폭력과 괴롭힘 사례들은 또래의 압력이 행동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집단주의 사회의 역학 관계를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우리는 집단을 만들고 다른 사람들을 괴롭힌다"며 "피해자들은 학급 전체, 심지어 학교 전체로부터 배척당할 수도 있다"고 했다.
곽 교수는 특히 "피해자는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도록 상담과 지원이 필요하다"며 가해자에게도 "행동에 대한 책임을 묻고 변화할 기회를 줘야 한다. 만약 우리가 가해자를 방치하면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해를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상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국장은 학교폭력과 괴롭힘이 학생의 자존감을 크게 떨어뜨리고 사회적 고립, 우울과 불안감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디언에 "피해자들이 흔히 괴롭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이는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학업 저하, 장기간 학교 가는 것 자체를 기피하거나 심지어 중퇴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가디언은 일부 피해자들은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며 최근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학교폭력을 경험한 대학생 절반 이상이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또 지난 2년간 학교폭력과 관련된 법적 분쟁이 두 배 증가했다며 아들의 학교폭력 징계에 불복해 소송전을 벌인 정순신 변호사의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정 변호사는 지난 2월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아들의 학교폭력 문제로 낙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