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박사의 쓰레기 이야기
지금도 전국 곳곳에선 쓰레기 처리시설 설치를 둘러싼 갈등이 극심하다. 남이 버린 쓰레기 처리를 떠안아야 하는 주민들 입장에서는 분노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생활 쓰레기는 그나마 같은 지자체 내 다른 주민이 버린 쓰레기를 처리하는 것이지만 사업장 쓰레기는 전국에서 몰려드는 쓰레기를 처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민 반발이 더 극렬하다.
2021년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현황 통계를 보면 지역별 쓰레기 처리 불평등은 심각하다. 수도권 지역 사업장 쓰레기 중 민간 소각장에서 처리한 양은 80만 톤인데, 지역 내에서 처리한 양은 47만 톤에 불과하다. 33만 톤은 밖으로 빠져나갔다는 이야기다. 매립은 어떨까? 민간 매립장에 매립한 총량은 50만 톤이지만 지역 내에는 단 3톤만 매립됐다. 쓰레기는 배출된 지역에서 처리하는 것이 원칙이다. 배출지역 처리 책임은 이동거리를 줄여 탄소배출을 줄이고, 배출자로 하여금 쓰레기 문제 해결에 더 많은 노력을 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지역균형 발전 개념에도 부합한다. 쓰레기 처리 능력을 갖추지도 않고 공장을 짓거나 신도시를 마구 짓는 게 맞는 것일까?
쓰레기 배출지역 책임 강화를 위해 제일 간단한 방법은 폐기물의 지역 간 이동 금지이지만, 부작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당장 적용하기에는 무리다. 현실적인 대책은 지역 간 폐기물 이동에 대해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현재도 쓰레기 배출자에게 처분부담금을 부과하고 있지만 환경부 예산 확보 이상의 의미가 크지 않다. 개선이 필요하다. 부담금 요율 대폭 인상뿐 아니라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경우에는 거리에 따른 요율 차등화도 필요하다.
이밖에 에너지 회수 재활용 시설에도 부담금 적용을 검토해야 한다. 지정폐기물은 부담금 대상이 되지 않는데, 지역 간 이동의 경우 부담금 추가 적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부담금 전액을 정부가 가져가는 것도 불합리하다. 다른 지역으로 쓰레기 처리를 떠넘기는 배출자로부터는 더 많은 부담금을 징수해야 하고, 쓰레기 처리시설이 입지한 지자체 및 주변지역 주민들에게는 더 많은 혜택을 줘야 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