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17조…늘어난 영향
물가 오르는데 임금 제자리
#한인타운에 사는 직장인 김모씨는 인플레이션으로 생활비 지출이 늘어 올해 초 크레딧 카드 부채가 한도에 다다랐다. 이제는 새 크레딧 카드를 추가로 발급받아 채무를 돌려막기 하는 상황이다.
#식당 비지니스를 10년째 하고 있는 정모씨는 최근 손님이 줄자 자금 융통을 위해 은행에 대출을 문의했다. 비싼 이자율에도 불구하고 그는 결국 빚을 질 수 밖에 없었다.
미국 가계부채가 사상 처음 17조달러를 돌파한 가운데 한인들도 채무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경제를 덮친 인플레이션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 둔화까지 출현하면서 수입은 줄어드는데 물가는 비싸진 탓이다.
뉴욕연방준비은행이 이번에 발표한 17조500억달러의 가계부채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지점은 신용카드 사용액이다.
은행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카드 소지자의 46%가 매달 빚을 지고 있는데 이는 작년 평균(39%)보다 급증한 것이다. 신용카드는 소액을 비교적 손쉽게 융통할 수 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이 돈이 없을 때 가장 먼저 대출이 늘어난다. 이와 관련해 한인 김모씨는 “특별히 씀씀이를 늘리지 않았는데도 물가가 올라 소비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채무로 경제적 부담이 커진 것은 비지니스를 운영하는 한인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올해 들어 경기가 빠르게 식으면서 일선에서 사업하는 한인들은 매출이 줄고 있음을 본격적으로 느끼는 상황이다. 정모씨는 “손님은 줄어드는데 사업을 유지하는데 드는 인건비나 재료비는 올랐다”며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채무를 늘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한인들도 늘린 채무의 비용이라고 할 수 있는 이자율이 올라가고 있다는 점이다.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RB·연준)는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 금리를 5.00~5.25%로 올렸는데 이는 일반인들이 대출을 받는 일선 은행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금융정보회사 뱅크레이트의 테드 라이먼 분석가는 “수입에서 렌트비 등 고정비를 제외하고 난 다음에는 최대한 지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지금 금리에서 이자율을 늘리면 미래에 큰 재정적 어려움에 부닥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금은 대출이라도 가능한 상황이지만 하반기에 가면 최악의 경우 돈을 빌리는 것 자체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 은행들 입장에서는 경기 둔화를 앞두고 부실 자산을 줄이기 위해 리스크가 큰 신규 대출을 최대한 기피하려 할텐데 이 경우 한인들도 새로 융자를 받는 것이 어려워진다.
실제 최근 주류은행들을 대상으로 헌 금융당국 설문조사에서 대출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힌 금융기관은 46.1%로 지난해 4분기보다 1.3% 포인트 증가했다. 하반기 경기둔화가 현실화하면 대출 기준은 더 깐깐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