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 예약·이코노미석 상회, 객실·라운지 고급화 박차
전 세계 항공사들의 고가의 퍼스트 좌석과 비즈니스 좌석이 저렴한 이코노미 석보다도 먼저 만석이 되는 등 럭서리 여행 수요가 늘자 항공사들도 고급화에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항공사들이 여행객들의 ‘보복 여행’ 특수를 누리는 가운데 프리미엄석 등급 수요가 급등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글로벌 항공사 단체인 IATA의 통계를 인용해 올해 2월 프리미엄 승객 수가 2019년의 86%까지 회복됐다고 최근 전했다. 이코노미를 포함한 전 좌석의 예약 회복률은 81%로 오히려 이보다 낮게 나타났다.
고가 좌석이 예약 붐을 주도하자 대형 항공사들도 이에 맞춰 객실과 공항 라운지 고급화를 서두르고 있다.
아랍 에미리트의 에티하드 항공은 지난주 비즈니스 클래스 스위트 등급을 새로 선보였다. 독일 루프트한자는 25억유로(약 27억3,400만달러) 규모 예산을 들여 장거리 객실 고급화 개편에 착수했다. 델타 항공은 올 여름까지 모든 항공기에 프리미엄 좌석을 장착하겠다고 밝혔다. 호주의 콴타스 항공은 올해 초 공항 라운지에 1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3대 항공사인 유나이티드와 아메리칸 항공(AA), 델타도 새로운 비즈니스와 퍼스크 클래스 객실 도입을 발표했다.
대한항공 등 국적항공사의 경우도 장거리 국제선 노선에서는 비즈니스 클래스 탑승률이 이코노미 등급에 맞먹거나 상회하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또한 국적항공사 비즈니스 클래스는 업그레이드 수요가 높아 성수기에는 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루프트한자는 지난주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가장 강력한 수요는 프리미엄 객실에서 나올 것이며, 관광과 휴가 목적의 여행객들이 비즈니스 출장의 저조한 회복을 거의 상쇄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스텐 스포어 루프트한자 CEO는 자동차, 시계 등 럭셔리 업계가 누리고 있는 호황과 비교하면서 “앞으로 항공 업계를 주도하는 소비도 비즈니스 및 퍼스트 좌석을 채우는 휴가객으로 영구적인 전환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에어프랑스-KLM CEO인 벤 스미스는 “특히 파리행 항공편에 대한 고급 레저 여행객의 수요가 독보적”이라며 “이 수요가 기업 출장 고객 감소를 만회하는 것 이상으로 뒷받침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아메리칸 항공(AAL)은 올해 1분기 퍼스트·비즈니스 프리미엄 좌석 매출이 코로나 이전인 2019년보다 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럴드 래더맨 AAL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현재 항공사 성장은 프리미엄 좌석이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서 프리미엄 좌석 수요가 이어질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지만 델타 항공의 글렌 하우엔슈타인 CEO는 “한번 프리미엄 좌석을 타 본 사람은 다시는 돌아가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고급화 트렌드를 확신했다.
한편 저가 항공사(LCC)도 여행 수요 증가에 맞춰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아일랜드 기반의 LCC 라이언에어는 보잉의 신 모델인 737 맥스(Max)-10 항공기를 300대 가량 구입하기로 했다고 지난 9일 밝혔다. 규모만 약 400억달러 규모다.
< 조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