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아닌 ‘면역학적 요인’이 주원인
원형 탈모는 둥근 모양으로 머리카락이 갑자기 많이 빠지거나, 두피 모발 전체가 빠지거나, 눈썹ㆍ속눈썹ㆍ체모 등 온몸의 털이 빠지기도 한다. 원형 탈모는 남성형 탈모인 대머리와 달리 부분 탈모에서 전신 탈모까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원형 탈모는 자연적으로 치유되거나 약에 잘 반응하지만, 40% 정도에게서 1년 이내 재발한다. 심하면 두피의 모든 머리카락이 빠지거나(전두 탈모) 전신의 털이 빠지는(전신 탈모)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게다가 일생의 정신 질환 유병률이 66~74%에 이를 정도로 정신적 문제를 동반할 위험도 높다. 갑자기 찾아온 원형 탈모에 대해 유박린 강동경희대병원 피부과 교수에게 들어본다.
원형 탈모 유병률은 모든 인종에서 나타나고 남녀 비율도 비슷하며, 전 인구의 2% 정도에서 발생한다. 원형 탈모 환자는 연간 17만 명(2021년 기준)이며 남성형 탈모와 달리 30세 미만에서 대부분 발생하고 20~40대 환자가 가장 많다.
스트레스가 원형 탈모의 원인으로 여겨 스트레스를 줄이고 쉬면서 자연히 치유되기를 기다리기 마련이다. 스트레스가 원형 탈모 원인의 하나로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스트레스만으로 원형 탈모가 발생하거나 심각해지는 것은 아니다.
원형 탈모의 가장 큰 원인은 면역학적 요인이다.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어떠한 자극 등의 이유로 T세포가 활성화돼 모낭을 외부 물질로 잘못 인식해 공격을 가하면서 면역 반응을 일으킨다. 이 면역 반응이 원형 탈모를 유발하는 것이다.
전체 머리카락의 50% 이상 빠지는 것을 중증 원형 탈모라고 한다. 머리카락이 20%가 넘게 빠져도 사회생활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사회활동을 시작하는 20대 이후 눈썹과 속눈썹이 빠지면 대인관계와 사회생활 전반에 어려움이 생긴다.
원형 탈모가 심해지면 우울증 등을 겪을 수 있다. 원형 탈모 환자 가운데 평생 동안 정신 질환을 겪을 가능성이 70%에 이를 정도다. 또한 원형 탈모 환자의 10% 미만에서 갑상선 질환ㆍ백반증ㆍ아토피 피부염 등 다른 자가면역질환이 동반된다.
게다가 원형 탈모가 자주 재발하는 게 문제다. 특히 탈모 정도가 심하거나, 유병 기간이 길거나, 어린 나이에 발병하거나, 아토피 피부염을 동반하거나, 손·발톱까지 침범하면 예후가 좋지 않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유박린 교수는 “중증 원형 탈모 환자 가운데 상당수가 자살을 생각하거나 불안ㆍ우울장애 등 정신 질환을 동반하고 있으며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토로하는 것은 물론, 고용 불안 위기를 겪는다”고 했다.
경증 원형 탈모는 대개 바르는 스테로이드제로 잘 회복된다. 원형 탈모가 자연히 회복되기도 한다. 원형 탈모가 발생한 지 1년 미만이면서 원형 탈모반이 1~2개 이하일 때 자연 회복률이 80% 정도 된다.
탈모 면적이 넓은 중증 이상이라면 바르는 연고 외에 전신적인 치료(경구 약제)가 필요하다. 경구 약물 치료에는 스테로이드와 면역조절제 등이 있지만 3가지 문제점이 있다.
우선 중증 원형 탈모라면 치료해도 호전되지 않는 난치성 원형 탈모가 생길 수 있다. 둘째, 탈모가 대부분 개선되지만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혈당 증가ㆍ혈압 상승ㆍ 체중 증가 등이 나타날 수 있기에 전문의와 상의해 약을 복용해야 하고 주기적인 혈액검사가 필요하다.
셋째, 증상이 호전돼 약을 끊거나 장기간 약 사용으로 감량하거나 중단하면 재발하기 쉽다. 이 때문에 중증 원형 탈모를 치료하기는 쉽지 않다.
최근 중증 원형 탈모에 쓰이는 신약들이 개발되면서 좀더 좋은 효과를 나타내고 안전해졌다. 따라서 신약들이 기존 난치성 중증 원형 탈모 환자에게 희망이 될 것으로 본다. 다만 원형 탈모는 재발이 잦은 질환이기에 증상이 호전된 뒤에도 평생 관리하는 질환으로 여겨야 한다.
유박린 교수는 “원형 탈모는 환자에게 큰 짐이 되고 특히 젊은 나이에 발생해 정신ㆍ사회ㆍ경제적 손실이 큰 질환”이라며 “반드시 치료해야 하고, 치료로 조절이 가능한 질환”이라고 했다.
유 교수는 “원형 탈모도 당뇨병ㆍ고혈압ㆍ아토피 피부염 등 만성질환처럼 평생 치료하면서 관리한다는 개념을 가져야 한다”며 “전문의 진료를 통한 맞춤 치료 계획으로 환자 나이ㆍ건강 상태ㆍ탈모 범위ㆍ탈모 기간 등에 따라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를 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