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 서비스 해지 늘어…OTT 서비스부터 중단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은 인플레이션 시대를 살아가는 소비자라면 당연한 모습이다. 특히 매월 나가는 고정비를 아끼기 위해 가장 먼저 손대는 것은 각종 구독 서비스다. 불필요한 구독 서비스를 해지하면서 일상의 편리함 보다는 필수적인 소비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30대 직장인인 한인 김모씨는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구독을 해지했다. 매월 받는 급여는 그대로인데 매월 지출이 커지다 보니 구독 서비스를 줄인 것이다. 김씨는 “넷플릭스를 비롯해 몇 개의 구독 서비스로 나가는 돈을 계산해 보니 제법 된다”며 “고정 지출을 줄이기 위해 일단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구독을 해지하는 대신 유튜브를 이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인타운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 박모씨도 최근 넷플릭스와 티빙의 구독 서비스를 끊기로 했다. 가뜩이나 오른 물가에 구독 서비스 요금이 매월 40~50달러 내야 하는 상황이 내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씨는 “밖에 나가 음식값에 놀라면서 매월 구독 서비스 요금으로 새는 돈이 있다는 것이 새삼 부담으로 다가왔다”며 “고물가에 불필요한 것부터 소비를 줄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고령층도 필요 없는 구독 서비스를 줄이는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70세에 접어든 한인 이모씨는 운전을 더 이상 하지 않기로 결심하면서 매달 자동차 위성 라디오 구독 서비스를 해지했다. 이씨는 “그동안 매월 40달러 정도 위성 라디오 서비스를 해지했고 보던 월간지 구독도 그만뒀다”며 “구독 서비스 해지로 절약한 돈은 빡빡한 생활비에 보탤 생각”이라고 말했다.
고물가에 구독 서비스를 끊는 모습들은 비단 한인 소비자들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최근 월스트릿저널(WSJ)은 온라인 동영상(OTT)에서 음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성장세를 보였던 각종 구독 서비스들이 해지 사태에 직면하면서 인기를 잃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개인 금융 애플리케이션(앱)인 로켓 머니에 따르면 최근 2분기 연속해서 OTT를 비롯한 디지털 서비스 멤버십이나 정기 음식 배달 서비스 등 서비스 구독을 취소한 건수가 신규 구독 건수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해지의 직격탄을 맞은 것은 OTT 구독 서비스로 지난해 넷플릭스와 훌루, HBO맥스 등의 지난해 구독 취소가 전년에 비해 49%나 급증했다.
한인을 포함해 미국 소비자들이 구독 서비스 해지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데는 물가 상승과 고금리라는 경제적 요인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WSJ은 분석했다. 생필품 가격이 오르고 살림살이가 빡빡해지자 이전에 구독해 놓고 잘 사용하지 않는 서비스의 구독료를 가장 먼저 줄여야 할 대상으로 선택했다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인 C+R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들은 매달 구독 서비스로 지출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금액이 86달러였지만 실제 지출은 그보다 많은 133달러를 지출하고 있다. 핀테크업체인 크레딧 카르마가 지난해 12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3분의 1은 잘 사용하지 않은 구독 서비스에 월 구독료를 지불한 것을 가장 큰 재정적 실수로 꼽았다.
구독 서비스에 대한 한인과 미국 소비자들의 태도 변화에 직면한 구독 서비스 제공업체들은 사업 모델을 변경하면서 생존 모색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밀키트 배달 전문 업체 헬로프레시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활성 이용자가 지난해 3분기 800만명에서 4분기 710만명으로 급감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면서 업계에 충격을 주었다.
월스트릿저널은 버지니아주에 거주하는 딜런 케니(27)가 동거인과 OTT 계정을 결합하고 헬로프레시 구독을 취소하면서 한 달에 270달러를 절약하게 됐다고 전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