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비롯 일본, 유럽까지…외국 브랜드 전 차종 제외
연방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지급이 노골적인 자국 브랜드 밀어주기로 나타나면서 반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 물론 일본과 독일 등 해외 브랜드 전차종이 제외됐는데 자유 무역을 기본 원칙으로 하는 미국답지 않다는 지적이다.
1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연방 정부가 추진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최대 7,500달러를 주는 보조금 지급 대상 전기차 차종으로 모두 미국 업체들 차량을 선정했다.
미국 제조사인 테슬라·제너럴모터스(GM)·포드 및 스텔란티스(지프·크라이슬러) 등 미국 기업 4곳의 전기차 모델들만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됐다.
반면 한국의 현대·기아차는 물론 기존 보조금 지급 대상이던 일본과 독일 업체 전기차도 제외됐다. 선정 내용을 보면 테슬라와 제네럴모터스(GM)이 가장 큰 혜택을 본다. 판매량이 많은 테슬라의 모델3와 모델Y의 6개 차종이 1개만 3,750달러 지급 대상이고 나머지 5개는 보조금 전액인 7,500달러 지급 대상이 됐다. GM은 저가 차량인 셰볼레 볼트, 올해 판매를 시작할 예정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및 픽업트럭이 보조금 전액 지급 대상으로 선정됐다.
IRA 세부 지침은 북미에서 최종 생산된 전기차들 중 올해의 경우 배터리가 북미에서 제조·조립한 부품을 50% 이상 써야 3,750달러를 지급하도록 했다. 여기에 더해 배터리 핵심 광물은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채굴·가공한 것을 40% 이상 써야 3,750달러의 보조금을 주도록 했다. 두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전액인 7,500달러가 지급되는 것이다.
또한 최종 차량의 소비자가격이 승용차는 5만5,000달러 이하, 스포츠유틸리티차량·밴·픽업트럭은 8만달러 이하여야 보조금 대상이 된다.
결과적으로 이번 보조금 지급 대상 선정으로 미국 업체 전기차들은 미국시장에서 상당한 우위를 갖게 됐다.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60%가 넘는 테슬라는 이번 보조금 정책에 더해 앞으로 저가 차량을 출시해 공격적 영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의 연방 정부 지침을 봤을 때 새 출시 차량의 보조금 지급은 확실시되는 만큼 정부 정책을 이용해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글로벌 브랜드 업체들은 IRA가 노골적인 미국차 밀어주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자유 무역을 기치로 내걸면서 다른 나라의 자국 기업 보호 정책을 폐지하라며 압박해왔는데 정작 미래 산업인 전기차 영역에서는 스스 이와 같은 원칙을 어기고 있다는 것이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미국 업체들만 보조금 대상으로 선정된 것은 미국 중심의 제조업 성장이라는 목표를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대·기아차를 포함해 폭스바겐·리비안·닛산·BMW·볼보 등의 전기차는 모두 보조금 수혜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당분간 미국 시장에서 고전이 예상된다.
앨라배마 공장에서 조립되는 현대차 GV70의 경우 세부 요건 발표 이전에는 보조금을 받았지만 이번에 제외됐고, 북미에 공장을 운영 중이어서 보조금 대상이었던 닛산 등도 명단에서 빠졌다.
월스트릿저널(WSJ)은 이러한 연방 정부의 조치로 인해 GM·테슬라 등이 승자가 됐다면서, IRA 시행에 따라 자동차 제조사별로 전기차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한도(20만대)가 없어진 점을 들기도 했다.
이번 IRA 발표로 한국 자동차 브랜드들은 미국 현지 공장 건립을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현대차는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공장에서 2025년에 전기차를 생산할 때까지는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불이익을 보게 됐다. 현대차는 조지아주 공장 가동 준비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는 조지아주 서배너 인근에 오는 2025년 완공 예정인 전기차 및 배터리 합작 공장 건립에 속도를 내는 한편 앨라배마 공장에서 조립 중인 GV70 배터리를 북미산으로 대체하는 방안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