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은행발 금융위기가 고조되면서 은행 주식들이 크게 떨어졌다. 그러면서 수천억 달러의 돈이 미국 은행들로부터 빠져나가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 이후 두 달 동안에만 약 5,500억달러의 천문학적인 돈이 군소은행들과 지역은행들로부터 빠져나와 대형은행들과 머니마켓으로 옮겨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SVB 사태 후 2주 동안 5,500억달러 빠져
머니마켓과 채권·대형은행 등으로 이동
중소형은행 대출에 부정적 영향 줄 수도
패닉 아닌 수익 때문에 움직인 돈도 많아
플로리다의 재정 어드바이저인 다니엘 럭트는 “시장이 소용돌이칠 때는 돈이 움직이게 돼 있다”며 “현재 가장 큰 우려는 내 돈이 안전한가와 어떻게 더 안전하게 만들 것인가이다. 단순 세이빙스 계좌에 돈을 갖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이것을 돈을 움직일 기회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련 문의가 평소보다 두 배나 늘었다고 밝혔다. 전국적으로 수백 만 명의 미국인들이 비슷한 계산을 하고 있다.
지난 24일 3대 주요 증시지수는 거래 첫 시간에 약 0.3% 하락했다. 도이치 뱅크 관련 소식이 전해지면서 은행 주식들은 급속히 하락했다. 전체적으로는 추후 약간 회복됐지만 시티뱅크와 JP모건, 체이스, 웰스파고 그리고 골드만 삭스 등 월스트릿 주요 은행들의 주가는 하락으로 마감됐다
더 광범위한 위기가 아직까지는 오지 않은 듯하다. 미국정부는 은행계좌들은 안전하다고 예금주들을 확신시키려 애를 썼다. 하지만 사람들은 돈을 빼내는 걸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미국인들은 수천억 달러를 은행-특히 작은 지역은행들-에서 빼내 머니마켓 펀드들과 정부 채권들 그리고 이자가 많은 온라인 은행들과 함께 대형 은행들로 옮기고 있다. 심지어 암호화폐와 금에도 투자를 하고 있다.
SVB의 극적인 파산 후 두 주 동안 리스크가 낮은 채권에 집중하는 머니마켓 펀드 투자는 거의 2,400억달러가 급증했다. 수요 급증으로 인해 2년 만기 재무부 채권의 수익률은 20% 이상 떨어졌다. 25만달러까지 보험 커버가 되는 은행예금과 달리 머니마켓 펀드들은 정부에 의해 보호받지 못한다. 그런 가운데서 한층 더 위험한 투자들이 각광받고 있다. 비트코인은 40%나 뛰었으며 금은 10%가 올랐다.
“전염은 패닉과 공포로부터 시작된다. 한 은행에서 다른 은행으로 옮겨 간다”고 LPL Research의 수석 글로벌 전략가인 퀸시 크로스비는 말했다. 그는 “상황이 우려스러울 때 사람들은 먼저 돈을 움직인다. 재무부 채권을 사고 금을 매입한다. 그리고 질문은 나중에 한다”고 지적했다.
연방준비제도(FRB·연준) 데이터에 따르면 SVB가 파산한 그 주에만 미국의 군소은행들은 전체 예금의 2%에 해당하는 1,200억달러를 잃었다.(이 가운데 660억달러는 초대형 은행들로 갔다.) 한 설문조사에서 미국인들의 약 12%는 “SVB 파산으로 인해” 은행에서 돈을 뺐다고 밝혔으며 18%는 인출을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했다.(55%가 넘는 사람들이 은행 시스템을 안전하다고 여기고 있다고 밝힌 점도 언급할만하다.)
최근의 이동은 연준이 거의 제로였던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한 1년 전부터 시작된 추세가 한층 더 두드러지게 된 것이다. 갑작스레 일반 은행계좌들은 더 높은 수익을 제공하는 다른 투자들에 비해 덜 매력적인 것이 돼 버렸다. 돈이 은행계좌에서 서서히 빠져 나가던 것이 최근 은행들의 파산으로 걷잡을 수 없는 게 돼 버렸다.
연준과 다른 규제기관들은 뱅크런을 막기 위해 재빠르게 비상조치들을 취했다. 하지만 패닉은 지속됐다. 캘리포니아의 지역 은행인 PacWest Bancorp은 올해 예금의 20%가 빠져나가면서 주가가 17%나 떨어졌다.
경제학자들은 기업 주식에 대한 신뢰 하락은 그것이 고객들로 하여금 돈을 빼도록 만들 경우 더 큰 위기상황으로 몰고 갈수 있다고 말한다. First Republic Bank의 경우 초대형 은행들의 300억달러 긴급 자금 수혈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인출을 막는 데는 충분하지 않았다. 예금주들은 최근 이 은행에서 예금의 40%에 해당하는 700억달러를 인출했다.
연방정부는 어떤 은행 계좌든 25만달러까지 지금보증을 해준다. 그러면서 SVB와 Signature Bank of New York의 경우 그랬던 것처럼 보험 한도를 높여주거나 보호를 확대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들이 제기되고 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이 질문과 관련해 큰 곤욕을 치렀다.
어쨌든 최근의 패닉은 전통 은행 계좌에 많은 돈을 넣고 있는 사람들을 겁먹게 하기에 충분했다. 상업 부동산 에이전트인 브렌튼 위컴(53)은 개인 세이빙스를 한 은행 계좌에 넣어 두는 것에 대해 고민을 전혀 하지 않았다. 최근까지는 말이다. SVB가 파산했을 때 그에게 문자가 쏟아져 들어왔다. 내용은 같았다. “First Republic이 다음”이라는 것이었다. 그는 이 은행과 오랫동안 거래를 해왔다.
얼마 전 그는 세이빙스 계좌의 돈을 옮기기 위해 이 은행의 한 지점을 찾았다. 정부의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는 25만 달러는 남겨두고 나머지는 웰스파고로 옮겼다. 그는 이 돈을 머니마켓이나 채권에 투자할 생각이다. “한 은행계좌에 전부를 넣어 두고 있는 가장 바보인 사람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예금 엑소더스, 특히 소형은행들로부터의 인출 사태는 특히 더 우려스럽다. 이런 은행들의 대출능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상업 부동산 대출의 거의 70%는 중소규모 은행들에 의해 이뤄진다. “그 결과는 다층적이다. 은행들은 예금을 통해 대출자금을 확보한다는 게 현실”이라고 Apollo Global Management의 수석 경제학자인 토스텐 슬록은 말했다. 그러면서 예금이 떨어지면 되면 은행들은 대출을 할 수 있는 돈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누군가 은행에 들어와 자동차 대출 4만달러를 요청했는데 은행에 그럴 자금이 없다면 그 은행은 이것을 도매시장에서 빌려야 한다. 그런데 도매시장의 금리는 최근 수년 사이에 급격하게 올랐다. 그 결과 대출자는 더 높은 금리와 더 까다로운 기준을 적욜 받을 수밖에 없다고 슬록은 설명했다. 이런 상황이 전국적으로 확산된다면 그것은 경기침체의 리스크를 높이기 시작하는 게 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런 공포를 불식시키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는 미국의 뱅킹 시스템은 “건강하고 탄력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뱅킹 시스템 속의 예금 흐름이 다시 안정화됐다”고 말했다.
이런 구두 확언들은 차치하고 규제당국의 개입은 많은 미국인들에게 대답보다는 질문을 더 많이 안겨줬다. 또한 금리가 지난 16년래 최고치에 달하면서 많은 사람들은 일단 멈춰 서서 자신들의 투자 습관을 돌아보도록 만들고 있다. 달라스의 재정 어드바이저인 릭 살메론은 “최근 상황 속에서 그나마 위안이 된 것은 많은 이들이 숨을 고르면서 ‘내 돈은 안전한가’라고 묻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익률이 좋은 온라인 은행으로의 러시를 목격했다고 덧붙였다.
전업 아빠인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의 스티브 밀러(51)는 얼마 전 가족의 세이빙스를 대형은행에서 Vanguard 연방 머니마켓 계좌로 옮겼다. 그는 이것이 최근 뱅크 사태에 따른 패닉 때문이라기보다는 수익이 더 나은 투자가 있다는 깨달음에서였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4.65%의 이자를 받고 있다. 밀러는 “우리는 현금을 그냥 은행에 주차시켜 놓고 있었다. 이번 사태는 좋은 촉발제가 됐다. 채권 투자를 통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