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료품·생필품 등 확대, 나중 지불·무이자 인기
지난 28일 애플이 간편 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에 ‘선구매 후결제’(BNPL·Buy Now Pay Later) 기능을 추가한 ‘애플페이 레이터’(Apple Pay Later)를 출시했다.
애플페이 레이터는 1,000달러를 빌려서 먼저 결제하고 금액은 6주 동안 4번에 걸쳐 갚으면 된다. 이자와 수수료는 없다. 월스트릿저널(WSJ)은 애플의 선구매 후결제 서비스 기능 추가에 대해 “고객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기 위해 금융을 이용하려는 또 다른 시도”라고 평가했다.
미국 내 소매업체의 85% 이상이 애플페이 가맹점이라는 점에서 선구매 후결제 방식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미국 내에서 일부 이용자를 대상으로 애풀페이 레이터 서비스를 적용한 후 향후 몇 개월 이내에 모든 자격 있는 사용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물가에 팍팍해진 살림살이로 한인을 비롯한 미국인들의 지갑 속에 현금이 메말라가자 그 빈 자리를 선구매 후결제의 소비 방식이 채우면서 주요 소비 패턴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고금리 속에 대금 연체에 대한 이자율이 높다 보니 자칫 신용불량자를 양산해 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경제전문 매체 마켓워치는 미국 내에서 선구매 후결제 방식이 운동기구와 가구와 같은 고가 제품에서 의류와 생필품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사용되면서 새로운 소비 방식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30일 보도했다.
소비분석업체인 어도비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올해 1월과 2월 그로서리 마켓에서 온라인 주문 시 선구매 후결제 방식이 사용된 비율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나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선구매 후결제 방식의 온라인 전체 소비 규모는 전년 대비 10%나 늘었다. 하지만 선구매 후결제 방식의 평균 구매 금액은 오히려 19% 감소했다. 이는 선구매 후결제 방식이 구매 금액이 상대적으로 작은 식료품을 비롯한 생필품 구매로까지 확산된 것에 따른 결과다.
연방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에 따르면 지난 2019~2021년 사이에 선구매 후결제 방식으로 가장 많이 팔린 품목은 의류로, 2021년 한 해에만 전체 선구매 후결제 방식 구매에서 50%를 자치할 정도다. 그 다음으로 전자제품을 비롯해 스포츠용품, 보석 등이 11%를 차지했다. 선구매 후결제 방식으로 식품 및 생필품 구매는 고작 1%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 2월에만 온라인으로 식품 및 생필품을 구입할 때 선구매 후결제 구매 규모는 84억달러로 전년 대비 27%나 상승했다. 올해 1월과 2월에 선구매 후결제를 이용한 가구 구매는 지난해에 비해 38%, 의류 구매는 8%나 증가한 반면 전자제품 구매는 14%나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선구매 후결제 방식의 소비 지출이 급증한 데는 지속되고 있는 인플레이션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6.0%로 지난해 6월 9.1% 급등한 이후 9개월 연속 둔화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식료품 가격은 10.2%나 상승해 일반 서민들의 가계비 부담을 주고 있다.
선구매 후결제를 선호하는 또 다른 이유는 대금을 나중에 나눠서 갚을 수 있으며 그에 따른 이자도 붙지 않는다는 점이다. 신용카드 이자율 상승에 따른 부담을 피할 수 있고 고가의 상품을 할부로 구매할 수 있다.
그러나 높은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등으로 선구매 후결제 방식으로 구매한 뒤 기간 내 상환하지 못해 지체 이자 폭탄을 맞을 수 있는 위험은 상존하고 있다. 자칫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 선구매 후결제 서비스들의 경우 상환 이자율이 크레딧카드에 못지 않게 높기 때문에 부담할 수 없는 수준의 구매를 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크레딧카르마에 따르면 신용카드 사용자의 약 25%가 선구매 후결제 구매로 부채가 늘어난 상태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