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인 대변 횟수는 1주에 3~9회 정도를 말한다. 그런데 1주에 대변 횟수가 3회 미만이거나, 대변을 볼 때 과도하게 힘을 줘야 하거나, 잔변감이 있거나, 변이 단단하거나, 항문 폐쇄감이 있거나, 대변을 보기 위해 손을 사용해야 할 때 변비로 본다. 이들 6가지 증상 중 2가지 이상을 겪는다면 변비(특발성 변비)로 진단한다.
변비 환자가 66만5,000여 명(2021년 기준)에 이를 정도로 흔하고, 15세 이상에게서 16.5%가 변비를 겪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변비를 부추기는 가장 좋지 않은 습관으로는 대변을 참는 것이다. 대변을 반복적으로 참으면 항문조임근이나 치골직장근이 변의(便意)에 제대로 반응하지 않게 돼 ‘배변 장애형 변비’로 악화할 수 있다. 또 하나는 물인데, 하루에 2L 정도 마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수분을 너무 많이 섭취하면 수면 질이 떨어지고 자율신경계 기능도 저하해 오히려 변비가 악화할 수 있다.
변비가 지속되면 대부분 변비약으로 해결하려고 하지만 오랫동안 복용해도 안전한지 연구가 부족한 게 현실이다.
이태희 순천향대 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변비 치료를 위해 강력한 자극성 하제를 계속 사용하다 보면 복통이 생기거나 설사가 나타날 수 있고, 심하면 저칼륨혈증ㆍ급성 신부전 등 콩팥 기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변비약을 오랫동안 복용하면 치매에 노출될 확률이 50%가량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하버드대ㆍ영국 케임브리지대ㆍ중국과학원 선전선진기술연구원 공동 연구팀이 50만2,229명을 대상으로 10년간 변비약 복용이 치매 발병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결과다.
대상자는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 데이터베이스에 수록된 사람 중 치매 병력이 없는 40~69세였다. 변비약의 규칙적인 복용 기준은 2006~2010년에 보고된 기간 중 4주간 꾸준히 변비약을 복용했을 때로 정의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변비약을 정기적으로 먹는 사람은 인지 기능 저하를 겪을 가능성이 50%가량 더 높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변비약을 정기적으로 먹는 습관은 혈관성 치매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치매 발병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었다.
변비약 종류뿐만 아니라 복용 방식도 치매 위험과 관련이 있었다. 특정 변비약을 꾸준히 먹는 것이 아닌 다양한 종류의 변비약을 섞어 먹거나 삼투성 변비약을 먹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치매가 발생할 위험이 유의하게 높았다. 삼투성 변비약은 장 압력을 높여 배변 활동을 돕는 약이다.
연구 저자인 중국 광둥성 중국과학원 연구원인 펭 샤 박사는 “변비약이 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장 독소 생성을 높이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그러나 이번 연구는 변비약이 치매를 유발한다는 것을 명확히 증명하진 않기에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