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 지분 14.8% 4천228억원에 인수·1대 주주 등극…공개매수도 진행
방시혁 "이수만 방향성에 전적으로 공감"…SM 지배구조 개선 속도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 하이브가 경쟁사인 대형 K팝 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를 전격 인수한다. 이로써 K팝 업계는 방탄소년단, 세븐틴, 엑소, NCT 등을 한 지붕 아래 거느린 초대형 '공룡' 기획사 탄생을 앞두게 됐다.
하이브는 이수만 SM 대주주 겸 전 총괄 프로듀서가 보유한 지분 14.8%를 4천228억 원에 인수한다고 10일 공시했다.
원래 SM 1대 주주인 이수만의 지분율은 18.46%로, 하이브는 이번 거래로 단숨에 최대 주주에 등극한다. 카카오가 지난 7일 9.05%를 확보하는 유상증자를 골자로 SM과 손을 잡았지만, 하이브가 이수만과 손을 잡고 단숨에 이를 제치고 나선 것이다.
하이브에는 방탄소년단을 필두로 세븐틴·투모로우바이투게더·엔하이픈·뉴진스·르세라핌 등 인기 K팝 스타들이 포진해 있다. SM도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샤이니, 엑소, NCT, 에스파 등 경쟁력 있는 IP(지식재산권)를 다수 보유하고 있어 이들의 결합은 K팝 시장에 큰 충격을 안길 것으로 전망된다.
하이브는 이번 거래를 두고 "SM 인수는 양사의 글로벌 역량을 결집해 세계 대중음악 시장에서 게임 체인저로 도약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SM은 '한류'라는 단어를 촉발한 1세대 아이돌 H.O.T.를 필두로 일본 시정을 개척한 보아 등 K팝 시장을 선도해왔다. 하이브는 월드스타 방탄소년단을 배출해 K팝이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 왔다.
하이브는 "창업자이자 최대 주주인 방시혁 의장과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는 이번 계약 체결에 앞서 K팝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그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방안에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그 결과물 가운데 하나로 이번 주식양수도계약 체결이 이뤄졌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방시혁 의장은 이 과정에서 이수만이 K팝을 하나의 산업으로 일궈낸 것에 존경의 뜻을 밝혔다고 하이브는 전했다. 이수만이 그려온 글로벌 비전을 현실화하겠다는 의지 또한 표명했다고 강조했다.
방시혁 의장은 "하이브는 이수만이 추진해 온 메타버스 구현, 멀티 레이블 체제 확립, 지구 살리기를 위한 비전 캠페인과 같은 전략적 방향성에 전적으로 공감했다"며 "하이브의 역량을 투입해 글로벌 시장에서 K팝의 위상을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이브는 인수와 맞물려 SM 운영 구조에도 대대적으로 칼을 댄다.
하이브는 "SM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이수만의 의지를 확인했다"며 "(하이브가) 이미 이사회 중심 경영을 통해 최고 수준의 지배구조 투명성을 갖춘 것은 물론, 멀티 레이블 전략 운영과 팬덤 플랫폼 개발 등 업계 선진화를 주도한 만큼 SM의 지배구조 개선 과정에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이수만은 개인 프로듀싱 회사 라이크기획과 SM 간 계약 종료일로부터 3년간 일부 수수료를 받기로 했는데, 이번 하이브와의 합의 과정에서 이를 받지 않기로 했다.
하이브는 이를 두고 "SM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차원"이라며 "이수만은 개인 차원에서 보유하던 SM 관계사 지분도 하이브에 양도해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전폭적으로 협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이브도 관계사 지분 정리를 통해 지배구조 개선에 추가 재원을 투입해 이에 화답했다고 덧붙였다.
하이브는 주당 12만 원에 SM 소액 주주가 보유한 지분 공개매수에도 나선다고 밝혔다. 이는 이수만의 지분 인수가와 동일한 가격이다. 공개 매수를 위한 자금 조달은 이미 마친 상태다.
하이브는 "이수만은 자신이 누리게 될 경영권 프리미엄을 소액주주와 공유하는 차원에서 이번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것에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하이브는 이번 SM 인수를 계기로 모든 사업 분야에서 시너지 창출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로써 이수만을 배제한 프로듀싱 개편안과 카카오의 지분 인수로 촉발된 SM 경영권 분쟁은 하이브의 전격 인수로 가닥을 잡는 분위기다. 가요계에서는 이에 다음 달로 예정된 SM 주주총회에 막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