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로보택시 서비스
‘혁신의 상징’ 실리콘밸리의 관문이자, 세계 최초로 완전 무인 자율주행 택시 상용화를 시작한 샌프란시스코가 ‘로보택시’(robotaxi) 운영 확대를 늦추는 쪽으로 정책 선회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해부터 샌프란시스코 일부 지역에선 심야 시간에 한해 무인 로보택시가 운행 중인데, 아직은 시내 중심부나 출퇴근 시간대까지 운행을 확대할 정도로 안전하지 못하다는 게 샌프란시스코시 당국의 판단이다.
현재 샌프란시스코에는 두 개 회사의 로보택시가 운행 중이다. 알파벳(구글이 속한 지주회사) 자회사인 웨이모(Waymo), 제너럴모터스(GM)의 자율주행 사업 부문인 크루즈(Cruise)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앞서 있는 쪽은 크루즈다. 보조 운전자 탑승 없이, 실제로 승객에게 돈을 받고 주행하는 로보택시는 크루즈가 최초였다. 지난해 6월 캘리포니아 공공시설위원회(CPUC)의 무인 자율주행 택시 영업 허가를 얻은 크루즈는 샌프란시스코 북서부 지역에서 오후 10시부터 익일 오전 6시에 한해 자율주행차로 개조된 쉐보레 볼트 전기차 30대를 운용하고 있다.
크루즈 측으로부터 가입 승인을 받은 사람들은 승차 공유 서비스 우버처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크루즈를 불러 탑승할 수 있으며, 주행한 거리만큼 요금을 낸다.
웨이모도 지난해 11월 보조 운전자의 탑승 없이 로보택시를 운행할 수 있는 허가를 얻고 무인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그러나 아직 승객에게 요금을 받을 수는 없다.
이렇게 로보택시 도입에 적극적이었던 샌프란시스코시는 그러나 최근 “로보택시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란 취지의 서한을 CPUC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크루즈 측은 연중무휴 로보택시 서비스 운영을 위한 CPUC의 허가를 기다리는 중인데, 시는 “로보택시가 일관되게 도로 통행을 전혀 방해하지 않고 주행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될 때까지 승인을 늦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시가 속도 조절을 하려는 이유는 로보택시와 관련한 사고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소셜미디어에선 크루즈 로보택시가 초록불 신호등에서도 움직이지 않은 채 다른 차량들의 주행을 막아서는 모습이 공유됐다.
주행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한 크루즈 로보택시 5대가 차로를 다 막아서는 바람에 승객 40여 명을 태운 시내버스가 13분 동안 움직이지 못한 일도 있었다. 지난해엔 크루즈 로보택시 약 20대가 아무런 이유 없이 교차로에 집결해 2시간 동안 교통체증을 유발했고, 화재 진압을 위해 출동하던 소방차를 가로막기도 했다.
시 당국은 로보택시 자체가 피해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고, 도로에서 로보택시를 만난 인간 운전자가 위험한 반응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시 당국은 CPUC에 보낸 서한에서 “로보택시들은 다른 차량이 급작스럽게 차선을 바꾸거나, 급제동 또는 급가속하고, 자전거도로나 횡단보도로 방향을 틀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로보택시 회사들은 로보택시가 사고를 낼 가능성은 인간 운전자보다 현저히 낮다는 입장이어서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크루즈 측은 “크루즈의 안전 기록은 공개적으로 보고되고 있고, 극도로 복잡한 도심 환경에서 수백만 마일을 달렸음에도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부상이나 사망 사고는 한 번도 없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캘리포니아에서 2014년부터 4년간 발생한 자율 주행차와 관련 사고는 총 38건이었는데, 이 가운데 37건이 상대방 차량이나 보행자 등 다른 사람의 과실로 인한 것이었다.
<실리콘밸리=이서희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