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년 93세…에미상 216번·그래미상 11번 수상
어린이 교육에 TV 첫 이용…다양성·포용성 중시로 찬사받아
미국의 인기 어린이 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Sesame Street)의 공동 창작자 로이드 모리셋이 지난 15일 샌디에이고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AP통신·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이 25일 보도했다. 향년 93세.
세서미 스트리트를 제작하는 비영리 단체 '세서미 워크숍'(Sesame Workshop)은 성명에서 "우리는 사랑하고 존경하는 세서미 스트리트의 공동 창작자 로이드 모리셋이 세상을 떠난 데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모리셋이 조앤 갠즈 쿠니와 함께 창작한 '세서미 스트리트'는 1969년 처음 방송된 이래 세계 150여 국가에서 방영됐으며 에미상을 216번, 그래미상을 11번 수상했다. 2019년에는 TV 프로그램으로는 처음으로 '케네디 센터 공로상'(Kennedy Center Honors)을 받기도 했다. 케네디 센터 공로상은 미국 문화 발전에 공헌한 예술가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당시 시상식에는 '빅 버드' 등 세서미 스트리트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참석했다.
1929년 오클라호마시티에서 태어난 모리셋은 1951년 오벌린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교(UCLA)에서 심리학 석사 과정을 밟은 후 예일대학교에서 실험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1966년 한 저녁 만찬에서 쿠니를 만나 세서미 스트리트를 구상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2004년 영국 일간 가디언 인터뷰에서 "당시 나는 '조앤, 당신은 TV를 어린이 교육에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라고 물었고, 조앤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좀 더 얘기를 나눠보고 싶군요'라고 말했다"고 떠올렸다.
이들은 하버드대학교의 발달심리학자 제럴드 레서와 함께 세서미 스트리트만의 독특한 교육 방식을 연구했고, 1969년 11월 첫 에피소드가 방영됐다.
세서미 스트리트는 2∼5세 저소득층, 소수민족 가정의 어린이가 학교 입학 전까지 결핍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목표로 제작됐다.
당시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이들 어린이는 백인이나 고소득층 가정의 어린이에 비해 양질의 교육을 받거나 충분한 사회 경험을 쌓지 못했고, 이 때문에 학교에 입학해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AP는 설명했다.
세서미 스트리트는 다양성과 포용성을 핵심 가치로 뒀으며 다채로운 문화적·사회적 배경을 지닌 캐릭터를 출연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초창기부터 흑인, 히스패닉, 아시아계 캐릭터 등을 등장시켜 어린이에게 다양성의 가치를 심어주고자 노력했다.
다운증후군에 걸린 인물이 등장한 최초의 어린이 프로그램이었으며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환자나 위탁가정 출신, 자폐증을 앓는 캐릭터도 나왔다.
이들은 어린이의 흔한 관심사를 비롯해 노숙자, 여성 인권, 교도소에 수감된 부모 등 다양한 주제를 어린이 눈높이에서 다뤘다.
세서미 스트리트의 이런 교육적인 내용은 당시 '톰과 제리', '롬퍼룸' 등 다소 폭력적인 장면을 포함한 프로그램들 사이에서 차별화에 성공했다고 AP는 전했다.
세서미 워크숍은 "모리셋은 전 세계 어린이 세대에 거대한 유산을 남겼다"며 "현명하고 사려 깊고 무엇보다 친절한 지도자였던 그는 교육을 위한 새로운 방법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다"고 추모했다.
또 "우리는 교육 매체가 지닌 변혁의 힘에 대한 모리셋의 열정과 헌신, 믿음에 영향을 받았다"며 "그의 존재는 우리의 마음과 작업물 속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