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C 지성진 교수 28년간 알츠하이머 연구
연방 식품의약국(FDA)의 신속 승인을 받은 알츠하이머 치료제가 한인 지성진(미국명 스탠포드 지) USC 교수가 주도한 연구성과를 기반으로 개발된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6일 FDA는 미국의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신약 ‘레카네맙’을 조건부로 신속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레카네맙은 알츠하이머의 주요 지표인 아밀로이드라는 뇌단백질을 제거함으로써 환자의 기억력과 사고력 저하를 늦추는 효과를 내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성진 교수는 9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지난 2016년 나를 비롯한 공동 연구팀이 ‘아밀로이드 테라피’를 주제로 연구논문을 사이언스 저널에 발표했으며, 이 연구성과가 바탕이 돼 이번에 레카네맙 신약이 FDA로부터 신속 승인을 받게 됐다”고 밝혔다. USC에서 약학박사 학위를 받은 지성진 교수는 지난 28년간 알츠하이머 연구에 매진해 온 전문가다.
지금까지 알츠하이머에 관한 95편의 연구 논문과 신약 개발과 관련된 4권의 책을 저술했다. 특히 2016년 사이언스 저널에 발표한 연구논문은 동물과 인체 실험을 통해 특정 성분이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낮추는 효과를 입증해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에 한 획을 그었다는 찬사를 받았다.
현재 USC 약학대학 생명공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이며, 전세계 85개국 2만여명의 연구진을 거느린 의약품 연구소 ‘파렉셀 인터내셔널’의 수석 부사장을 겸하고 있다. 그는 또 한국을 비롯한 중요한 국제 학술회의에서 이같은 연구성과를 널리 알려 왔다.
지 교수는 “화이저 등 전세계 유수 제약사들이 연구성과를 토대로 수십 건에 달하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며 “이번에 승인된 레카네밥은 수많은 실패 끝에 나온 첫 성과물”이라고 전했다.
바이오젠은 지난해 9월 치매 초기 단계 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3상 시험에서 인지 및 기능 저하를 27% 지연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FDA의 조건부 승인은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하거나 약간의 도움이 필요한 알츠하이머 초기 환자 800명을 대상으로 한 바이오젠의 임상시험 결과를 토대로 이뤄졌다.
제품명 ‘레켐비’로 판매될 예정인 신약은 최종 승인 전 가벼운 증상의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에게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를 받았다. 바이오젠과 에자이는 올해 연말로 예상되는 최종 승인을 앞두고 1,80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를 추가로 제출한 상황이다.
<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