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기 방해 잡음 심하고 주 고객 젊은층 청취 안해
100년 가까이 운전자들의 반려자였던 중파 방송인 ‘AM라디오’가 자동차에서 퇴출되면서 사라지고 있다. 전기차(EV)가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부터다. 개솔린 차량에 비해 AM라디오에 대한 전자기 방해가 심하다 보니 잡음과 소음이 더 크다는 게 이유다.
뉴욕타임스(NYT)는 전기자 제조업체들이 전파 방해가 심하다는 이유로 AM라디오의 차량 탑재를 기피하고 있어 전기차가 대세로 자리잡아가면서 AM라디오는 수동형 창문과 재떨이와 같이 자동차에서 사라질 운명에 처해 있다고 보도했다.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차량 내 AM라디오 탑재를 배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전자기 방해가 개솔린 차량보다 더 심하기 때문이다. 전자기 방해 현상이 크면 클수록 AM라디오 방송 수신 상태가 좋지 않아 잡음과 소음이 커 청취하기가 불편하다는 것이다.
이미 테슬라와 아우디, 포르쉐, 볼보와 같은 전기차 제조업체들은 전기차 모델에서 AM라디오를 탑재하지 않고 있다. 포드의 경우도 2023년형 F-150 픽업 트럭에서 AM라디오를 없앴다.
하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전기차의 전자기 방해 현상은 극복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전기차에 장착된 각종 전자 부품을 케이블과 필터로 보호막을 설치하고 세밀하게 고정하면 전자기 방해 현상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만큼 비용과 노동력이 수반한다는 게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AM라디오 탑재를 하지 않는 진짜 이유라고 NYT는 지적했다.
여기에 AM라디오 애청자의 대부분이 65세 이상의 시니어라는 점도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AM라디오 탑재를 기피하는 또 다른 이유로 꼽힌다. 조사분석업체인 닐슨 컴퍼니에 따르면 미국에서 AM라디오를 듣는 청취자의 수는 4,700만명으로 이중 33%가 65세 이상 시니어들이다. 전기차의 주요 고객층이 젊은층이라는 점에서 AM라디오를 탑재하지 않는 것이 전기차 제조업체들의 전략인 셈이다.
전기차에서 AM라디오 탑재가 줄어들면서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와이파이나 스마트폰 연결이 불가능한 지역에선 AM라디오 방송이 각종 사고와 재난 전파의 주요 통신 수단이기 때문이다.
AM라디오의 차량 탑재 기피 현상이 심화되면서 AM라디오 방송국들이 경영난으로 폐업하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그렇다고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모두 AM라디오 탑재를 기피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 현대차는 전기차 모델에서 AM라디오를 제외시킬 계획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미시건 주립대학의 문화사학자인 마이클 스탬 교수는 “AM라디오의 생존 여부는 전기차 제조업체에 달려 있기 보다는 라디오 청취자의 인구 분포 변화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며 “젊은 세대들은 자동차에서 AM라디오 탑재 여부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