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올해 마지막 금리인상 수퍼위크
글로벌 경제가 이번 주 2022년의 마지막 ‘수퍼위크’를 맞는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에 이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유럽중앙은행(ECB), 영국 중앙은행(BOE)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회의가 줄줄이 열리는 가운데 대다수 중앙은행들은 금리 인상 보폭을 줄이며 본격적인 긴축 속도 조절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제로 코로나 정책에서 급선회한 중국에서는 생산·소비·투자 등 3대 경제지표가 나오며 내년도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논의하는 중앙경제공작회의도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이번 주 통화정책회의를 여는 곳은 미국,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영국, 스위스, 노르웨이, 멕시코, 대만, 콜롬비아, 필리핀, 러시아 등 최소 총 10개국에 달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따르면 글로벌 중앙은행들은 올해 영업일 기준으로 하루에 한 번꼴인 총 275번에 걸쳐 금리를 올렸다. 이번 회의에서도 큰 폭의 금리 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최근 물가 정점론에 힘이 실리면서 인상 폭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가장 주목되는 나라는 단연 미국이다. 금리 결정 하루 전인 13일 발표되는 11월 CPI 상승률이 10월 수치(7.7%)보다 둔화한 전년 대비 7.3%를 기록하며 6월 정점(9.1%) 이후 하강 곡선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연준은 연말 속도 조절을 거듭 시사해왔다. 전문가들은 네 번 연속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밟은 연준이 14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3.75~4.00%→4.25~4.50%)을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빅스텝’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만큼 특히 FOMC 회의에서는 금리 인상 폭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이 초미의 관심사다. 내셔널웨스트민스터은행의 존 브릭스는 “11월 CPI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 파월 의장은 최종금리가 더 높아질 수 있고 예상보다 더 오래 높은 수준에 머물 수 있다고 말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가 이달 2~7일 44명의 이코노미스트를 설문조사한 결과 미국 기준금리는 내년 3월 5.0%에 도달한 후 12월까지 인하 없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어 2024년 6월에 4%, 연말에는 3.5%로 내려올 것이라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유로존도 15일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속도 조절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두 번의 회의에서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밟은 ECB는 11월 CPI가 10.0%(전년 대비)로 1년 반 만에 둔화함에 따라 이번에는 0.5%포인트 인상(1.5%→2.0%)으로 보폭을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CPI가 여전히 두 자릿수라는 점에서 깜짝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울러 이날 ECB는 경기 부양을 위해 수년간 사들인 총 5조 유로 규모의 채권을 다시 시장에 내놓는 양적긴축(QT) 시행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BOE도 14일 발표되는 영국 11월 CPI에 근거해 15일 금리 결정을 내린다. 시장에서는 CPI가 전월 11.1%에서 10.9%로 소폭 둔화하면서 금리 인상 폭이 0.75%포인트에서 0.5%포인트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는 “경제에 대한 어두운 전망이 BOE의 금리 결정을 지난달보다 더 어렵게 만들었다”며 “영국의 경기 침체는 2024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 외에 9월 0.75%포인트 금리를 올린 스위스도 15일 금리를 0.5%에서 1.0%로 올릴 것으로 보인다. 노르웨이도 15일 금리를 2.5%에서 2.75%로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는 “일부 전문가들은 노르웨이가 금리를 올리는 것이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멕시코(15일·10.0%→10.5%), 콜롬비아(16일·11%→12%), 대만(15일·1.625%→1.750%), 필리핀(15일·5.0%→5.5%) 등의 회의도 예정돼 있다. 블룸버그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다는 징후가 보이지만 문제는 내년”이라며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중앙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를 고려할 만큼 물가가 빠르게 내려가는 것이지만 최악의 경우 인플레이션이 고착화하고 경기 침체가 시작돼 스태그플레이션의 악몽에 시달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