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가장 힘든 침체”
S&P 글로벌레이팅스 전망
금융권은 대출 죄기 대응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이 지속돼 경기가 침체될 경우 미국 기업의 부도율이 지난해의 4배로 치솟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기업 활동과 금융시장 등에서 경기 둔화 신호가 본격화하면서 금융권이 대출 문턱을 높이는 등 침체 대비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레이팅스는 21일 내년 9월까지 69곳의 투기 등급 기업이 채무 불이행에 빠지면서 미국 기업 부도율이 3.75%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미국 경제가 얕은 침체에 빠진다는 기본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분석이지만 지난해(1.6%)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최근 10년 평균 부도율인 3.1%도 넘어선다.
S&P는 만약 침체가 깊고 길어질 경우 부도율이 6%로 높아질 것으로 봤다. 이는 2021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닉 크레이머 S&P 애널리스트는 “경기 침체 기간과 폭·깊이와 함께 연준이 금리를 계속 올릴지 여부에 많은 것들이 좌우될 것”이라며 “회사채 유통시장에서 수익률 상승 추세가 계속되고 소비가 줄어들면서 기업들은 계속해서 보유 현금을 끌어다 써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전반적인 경제활동은 위축되고 있다. 시카고연방준비은행은 이날 10월 국가활동지수(NAI)가 전월 0.17에서 -0.05까지 하락했다고 밝혔다. 시카고연은 NAI는 기업 생산과 소비, 고용, 주택 판매 등 85개의 지표를 근거로 경제활동을 수치화한 것으로 0을 밑돌면 위축 국면을 의미한다. NAI에 따르면 미국 경제는 앞서 3개월 연속 확장세를 기록했지만 10월 들어 활기가 꺾였다.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 여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19 이전 8%대이던 미국인들의 가처분소득 대비 저축률은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4월 33.8%에서 9월 현재 3.1%로 내려왔다. 3%대의 저축률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금융시장에서는 이미 침체 신호가 뚜렷하다. 세인트루이스연은에 따르면 침체의 전조로 읽히는 장단기 국채(2년물과 10년물) 수익률 역전 폭은 지난주 -0.69%포인트로 1982년 10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3개월물과 10년물의 수익률 격차도 이날 -0.58%포인트를 기록해 2007년 2월 이후 가장 큰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티로프라이스의 최고투자책임자인 존 라인한은 “다가올 경기 침체는 역사상 가장 예측 가능한 침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시중은행들은 일찌감치 침체에 대비한 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번 분기에 중견기업 및 대기업 대상 대출 심사 기준을 강화한 은행은 전체의 39.1%로 일반적인 침체기 수준으로 늘었다. 도이체방크의 수석이코노미스트 매슈 루제티는 “앞으로 몇 개 분기 내 침체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은행들의 대출 기준 강화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대해 우려하는 만큼 금리를 올릴 필요가 없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뉴욕=김흥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