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가격 소폭 하락… 금리인상·수요감소 여파
40여년 만의 최고치를 찍으면서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는 인플레이션의 ‘주범’ 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는 자동차 가격이 고공행진 상승세에 종지부를 찍고 하락세로 돌아섰다. 높은 가격에 고금리까지 겹치면서 자동차 구입 수요가 둔화된 탓이다. 자동차 수요 둔화로 부족했던 매물이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제한적이지만 할인 판매에 나서는 딜러십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자동차 판매 시장이 변화의 변곡점을 맞고 있다.
지난달 31일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신차에 대한 구매 수요가 줄어들면서 미국 자동차 판매 시장에 변화의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치솟던 신차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고 딜러십 매장의 매물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일부 딜러십에선 할인 판매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는 등 자동차 예비 수요자들에게 유리한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J.D.파워’(J.D.Power)에 따르면 지난달 신차 평균 가격은 4만5,600달러로, 지난 7월 사상 최고치였던 4만6,173달러에 비해 573달러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새차 가격은 33%나 높은 가격으로 여전히 비싼 수준이다.
소폭 하락이지만 새차 가격이 하락한 데는 미국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인한 새차 구입 수요가 둔화한 데 따른 결과라고 WSJ는 분석했다.
인플레이션의 위력이 여전한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크게 오르자 경기 침체 우려가 제기되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높은 새차 가격이 상승세를 유지하자 새차 구매 수요자들이 구매를 포기하고 관망세로 돌아선 것이 새차 가격 하락의 원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여기에 기준금리 인상으로 자동차 할부 구매에 따른 금융 비용 상승도 새차 구매 수요 둔화와 가격 하락에 일조하고 있다. 자동차 전문 정보웹사이트 ‘에드먼즈’(Edmunds)에 따르면 지난 3분기에 들어서면서 새차 평균 대출 금리는 5.7%로 2분기 4.3%에 비해 1.4포인트나 급등했다. 이는 3년 내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수치다. 자동차 구입 대출자 중 월 상환액이 1,000달러를 넘기는 인원도 8%나 늘었다.
새차 구매 수요 둔화는 매물 증가로 이어져 지난 9월 새차 매물 수는 약 140만대로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해 46.9%나 크게 늘어난 상태다. 판매 매물이 늘면서 판매 촉진을 위해 할부 금리를 낮춰주는 프로모션을 도입하는 딜러십들도 등장하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새차 가격이 지난달에 들어서 소폭 하락한 것을 놓고 새차 가격의 급락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WSJ는 지적했다.
무엇보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겪고 있는 반도체 칩을 비롯한 부품 부족 현상은 호전되긴 했지만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신차 공급량은 대략 400만 대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현재 매물로서는 새차 구매 수요를 충족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