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단단해진 디자인… 크고 강한 SUV 진화
역사를 통해 증명된 브랜드를 대표하는 차량들이 있다. 스포츠 세단을 상징하는 BMW 3시리즈, 고급 승용차의 대명사 벤츠 S클래스, 고성능 자동차의 교과서인 포르쉐 911이 그렇다. 자동차 마니아라면 모두 타고 싶어하는 이 차들은 새로운 모델이 나오면 굳이 운전해보지 않아도 좋을 것이라는 믿음이 간다. 프리미엄 브랜드 뿐만이 아니다. 동급 경쟁자들을 압도하는 도요타의 라브4나 혼다 시빅은 성능을 의심받지 않는 자동차로 시장에서 평가를 받고 있다.
2023년 신형으로 새로 찾아온 기아 텔루라이드도 향후 이와 같은 스테디셀러 반열에 오를 만한 자동차다. 텔루라이드는 2019년 북미 전략 모델로 출시된 플래그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서 기아 브랜드가 미국에서 재평가 받는데 가장 크게 기여했다. 한국 자동차 브랜드 사상 처음으로 미국 유력 자동차 전문지 모터트렌드가 꼽은 ‘올해의 SUV’에 선정됐고 출시 4년차를 맞은 올해에도 선풍적인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자동차 시장에서 신형 텔루라이드에 대한 관심이 큰 이유다.
외관부터 살펴보면 이전 모델의 세련된 디자인에서 한 층 더 나아가 플래그십 SUV답게 강인해졌다. 26일부터 3일 일정으로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열린 시승행사에서 처음 만난 신형 텔루라이드의 전면부에서는 이번 모델에서 변경된 전조등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역시 새로 적용된 범퍼·그릴과 함께 크고 강하다는 이미지를 심어줬는데 대형 SUV를 선호하는 남성 운전자들에게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후면 역시 기존 디자인보다 진일보했다. L자형 테일램프가 새로 도입됐는데 전반적으로 차의 무게감을 더한다.
실내로 들어가보면 신형 팰리세이드가 고급 SUV임을 더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차량 중앙에 위치한 와이드 디스플레이 패널은 이전 모델보다 커졌는데 시승을 마칠 때까지 다 사용해보지 못할 정도로 다양한 기능을 갖추었다. 공조 장치의 경우 고급 세단 모델이 그러한 것처럼 터치스크린과 다이얼을 섞어 쓰도록 디자인돼 있어 주 구매 타겟인 중장년층 운전자들도 편리하게 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디자인 측면에서는 미드나잇 레이크 블루, 다우닝 레드, 정글우드 그린 3가지 외장 컬러와 새로운 인테리어 색상이 적용된 것도 달라진 점이다.
주행에서는 안정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엑스라인(X-Line) 트림을 먼저 시승했는데 가족을 태우고 편하게 다닐 수 있는 대형 SUV 차량으로서 더할 나위 없는 수준이었다. 가속이 아주 부드럽다거나 엑셀을 밟으면 속도를 바로 높이는 즉각적인 응답성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플래그십 SUV답게 안전성에 초점을 맞춘 만큼 가속하고 급하게 속도를 줄일 때도 밀리거나 쏠리는 느낌이 없고 과속방지턱을 지나거나 노면이 고르지 않은 거리에서도 승차 안정감이 뛰어났다.
샌안토니오 외곽에서는 텔루라이드의 뛰어난 오프로드 성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신형 모델에서 새로 나온 텔루라이드 엑스프로(X-Pro)와 함께 모래사막 위를 달린 것이다. 시작부터 쉽지 않은 가파른 경사로가 나타났는데 가뿐하게 돌파했다. 언덕길에 이어 구불구불한 코스에서는 좁은 길을 따라 운전대를 좌우로 틀었다. 오프로드 코스인만큼 차량의 성격이 운전대를 통해서 느껴졌는데 인상적인 부분은 유연한 움직임이었다. 또한 사막 언덕을 내려갈때는 평지에서처럼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브레이크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오프로드 시승을 마치고 난 후에는 텔루라이드 엑스프로의 승차감이 기억에 남았다. 시승 코스는 모래 사막 위로 절벽, 언덕, 굽은 길 등 거친 구간으로 구성돼 있었다. 하지만 텔루라이드 엑스프로는 투박한 바깥 세상으로부터 운전자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심하게 굽은 길에서도 통통 튀는 느낌이나 몸이 한쪽으로 쏠리는 일이 드물었다.
거친 도로에서도 탁월한 주행성능을 자랑하는 텔루라이드 가격은 3만5,690달러부터 시작한다. LX, S, EX,SX,SX-Prestige 라인으로 구성되며 EX 라인부터는 X- Line, X-Pro를 선택할 수 있다. 최상급인 SX-Prestige X-Pro AWD 의 경우 5만2,785달러다. 신형 텔루라이드는 기아 조지아 공장에서 K5, 스포티지, 쏘렌토와 함께 생산되며 올해 가을 쇼룸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