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동량 급감에 적체 급감
대기선박수 4척 불과
‘물류대란’ 여파 벗어나
LA항과 롱비치항 등 남가주 서부항만의 대기 컨테이너선 수가 현저하게 줄어 사실상 정상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하역 대기를 위해 100척이 넘는 컨테이너선이 LA 앞바다에 떠 있으며 물류 정체 현상을 빚었던 데서 회복 국면으로 전환한 데는 무엇보다 LA항과 롱비치항으로 수입되는 컨테이너 물동량이 하반기에 들어 급감했기 때문이다.
계속된 인플레이션의 압력과 기준금리 상승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로 소비 지출이 줄어들면서 해운 수요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2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해운 수입 컨테이너 물동량이 급감하면서 LA항과 롱비치항에서 하역을 기다리며 대기하는 컨테이너선의 수도 동반 하락해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고 보도했다. 남가주 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LA항과 롱비치항 앞바다에 대기하고 있는 컨테이너선은 4척에 불과했다. 이는 올해 1월 109척의 컨테이너선들이 대기하면서 물류 대란을 빚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미국 수입 물량의 40%에 해당하는 컨테이너를 처리해 ‘서부 관문’으로 불리는 LA항과 롱비치항이 컨테이너선의 적체 현상에서 벗어나게 된 데는 해외 수입 물량 급감이라는 외부 환경 요인 때문이라는 게 WSJ의 지적이다.
서부항만 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LA항과 롱비치항에서 하역 처리된 수입 컨테이너 수는 68만6,133개로 전년 동기 대비 18%나 감소했다. 이는 2년 전인 2020년 6월 이후 최저치에 해당된다. 8월 컨테이너 물동량도 전년에 비해 12%나 떨어졌다.
여기에 물류 정체를 빚었던 서부 항만을 피해 사바나항이나 휴스턴, 뉴욕 등 중동부 항만으로 수입 컨테이너 물동량이 이동하면서 LA항과 롱비치항의 컨테이너 물동량 급감에 일조했다.
LA항과 롱비치항의 수입 컨테이너 수 하락에는 해외서 수입되는 물동량이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거시적 요인이 작용한 탓이다. 통관조사기관인 ‘데카르트 데이터마인’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전체 수입 컨테이너 수는 전년에 비해 11% 감소했다. 8월에만 12.4%나 급감했다.
지속되는 인플레이션에 따른 물가 급등에 경기 침체 우려가 더해지면서 미국 내 주요 소매업체들이 수입 물량을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수입 물량 감소 현상은 이미 주요 선사들에게 나타나 태평양을 건너 미국 항만으로 들어오는 컨테이너선의 운항 계약 해지율이 26%에서 31% 사이의 수준을 보이고 있다.
물동량 감소는 해운 운임의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해상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1,814.0(14일 기준)으로 17주 연속 하락세에 1년 1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9월 아시아에서 서부 항만까지 해운 운임이 2만달러까지 치솟았지만 지난주 해운 운임은 84%나 급감해 2,720달러에 머물렀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