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FOMC 앞두고 매파 일색, 근원 인플레 진정 기미 안보여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이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부에서 최종금리(terminal rate)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종금리는 한 번의 금리인상 주기에서 가장 높은 기준금리를 일컫는다. 이 같은 분위기를 타고 시장 일각에서는 기준금리 6% 가능성도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연방준비은행 총재는 18일 미네소타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나는 지금까지 기준금리가 내년 초 4% 중반에 진입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해왔다”며 “다만 근원 인플레이션이 진정되는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면 연준이 기준금리를 4.5%나 4.75% 정도까지만 올릴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이 계속되는 흐름을 고려해 최종금리 4% 중반은 기본이고 5%로 올리는 것도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한 발언이다. 연준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내년 말 기준금리 중위값으로 4.6%를 제시한 바 있다.
이 발언은 FOMC 위원 중에서도 ‘매파’에 해당한다. 9월 FOMC에서 19명의 위원들 중 6명만 내년 금리를 4.75~5%로 전망하고 나머지는 모두 4.75% 이하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팬데믹 이전까지 연준 내에서 가장 비둘기적 성향을 보였던 카시카리 총재가 이제는 연준의 가장 큰 매가 됐다”고 놀라움을 표했다.
카시카리 총재가 우려하는 부분은 인플레이션 장기화다. 그는 “가장 가격이 잘 떨어지지 않는 근원 서비스 CPI가 계속 올라 우리를 놀래킨다”며 “진정될 기미가 없는 근원 인플레이션과 서비스 가격이 실질적으로 완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대로 전체 CPI 상승분의 73%를 차지하는 서비스 부문의 물가는 한 번 오르면 잘 내려가지 않는 특징이 있다. 상품과 달리 공급망이 개선되더라도 가격 안정을 장담하기 어려운 분야기도 하다. 9월 근원 인플레이션의 서비스 부문(6.7%)은 상품 가격(6.6%)을 앞질렀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고물가 고착화를 우려하는 연준이 올 11월에 이어 12월까지 다섯 차례 연속 0.75%포인트를 인상하고 내년에도 금리를 더 올리는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연은 총재도 이날 한 컨퍼런스에서 “(금리 인상이) 단기간의 고통을 겪을지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경제에 상당한 이득이 있을 것”이라며 “가격 안정 없이 경제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궤도에 오를 것으로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긴축에 따른 경기 침체 부담에도 인플레이션 완화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이같은 연준 내 분위기를 감지한 시장의 금리 전망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투자 자문 업체 TS롬바드의 수석미국이코노미스트인 스티븐 빌츠는 “인플레이션이 보다 광범위해진 점을 고려할 때 물가는 이제 잘 떨어지지 않는다”라며 “물가를 낮추려면 연준이 5.5%까지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했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한발 더 나아가 기준금리 6%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애나 웡 미국수석이코노미스트는 “우리의 기본 전망은 연준이 5%에서 인상을 중단한다는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그 이상 올릴 수 있는지 묻는다면 절대적(absolutely)으로 가능하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어 “자연 실업률이 생각보다 높거나 기업 생산성이 감소할 경우 기준금리는 내년 3분기에 6%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연준이 실제로 5~6%까지 인상 행진을 벌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웡 이코노미스트는 “영국 재정 파동처럼 시장의 혼돈이 커진다면 연준이 더 낮은 선에서 금리 인상을 중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