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노벨경제학상 화제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으로 중앙은행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가운데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이 화제다. 경제계에서는 ‘받을 사람이 받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버냉키 전 의장은 앨런 그린스펀(1987-2006년)의 뒤를 이어 지난 2006년 연준 의장에 취임해 2014년까지 재임하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맞서 해결을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1979년 박사학위를 받은 버냉키 전 의장은 스탠퍼드대와 프린스턴대에서 경제학을 가르쳤다. 연준 의장에서 물러난 뒤에는 유력 싱크탱크인 워싱턴 DC의 브루킹스연구소에 몸을 담고 있다.
버냉키 전 의장은 MIT에서 대공황 연구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그런 그의 특성이 금융위기 때 진가를 발휘했다. 그는 연준 의장 재임 당시 ‘대공황의 사나이’라는 별명답게 글로벌 위기 상황에서 양적완화 개념을 도입하고 신용 시장에 유동성을 과감하게 공급한다는 아이디어를 내면서 중앙은행의 새로운 역할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그는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으로 금융회사들이 잇따라 무너질 때 이례적으로 보험회사인 AIG에 막대한 구제금융을 투입해 파산을 막았고, 금융시장 자금줄이 얼어붙자 제로(0) 금리와 양적완화 정책을 병행했다.
과거 FRB 이사 시절 경기 침체를 해결하기 위해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듯 현금을 제공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해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이 붙은 자신의 주장을 그대로 실현한 셈이다. 박양수 한은 경제연구원장은 “대공황 연구를 바탕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한은의 한 국장은 “버냉키 전 의장이 당시 과감한 정책을 펼치지 않아 미국이 금융위기를 극복하지 못했다면 지금의 미국은 없다”며 “버냉키 전 의장에게 노벨 경제학상을 준 것은 현시점에 정확한 경제 상황 판단과 과감한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