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자 1명당 일자리 1.67개… 골라서 이직 빈발
코로나19 팬데믹 완화에도 불구하고 스몰비즈니스 인력난이 여전히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2곳 중 1곳이 직원 부족에도 영업을 하고 있는데 신규 채용을 해도 금방 그만 두는 경우가 많아 신입 교육을 포기하는 업체들도 나타나는 상황이다.
9일 전국자영업연맹(NFIB)에 따르면 지난 9월 전국 스몰비즈니스 업체 중 46%가 신규 채용을 진행했지만 인력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NFIB가 해당 조사를 진행한 지난 48년 간 역사적 평균치인 23%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레스토랑이나 네일샵 같이 소규모 업체 중 2곳 중 1곳이 필요 직원을 다 채우지 못하고 영업을 하고 있다는 것으로 팬데믹 이후 미국 경제에 나타난 인력난이 여전히 매우 심각함을 보여주는 수치다.
미국의 경제성장은 올 해 1분기와 2분기 각각 -1.6%와 -0.6%로 두 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경제가 위축되면 통상 일자리가 줄고 실업률이 늘어나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 최근 들어 실업률이 늘었다가(3.7%) 9월 미국 역사상 최저치인 3.5%로 다시 내려 앉았다. 일을 할 사람은 거의 다 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 와중에 구인수요는 넘친다. 8월 일자리는 여전히 1005만 3000개로 1000만개를 넘는다. 8월 실업자수 601만명과 비교하면 인력 한 명 당 열려있는 일자리가 1.67개다. 구직자가 골라갈 수 있는 수준이다.
문제는 팬데믹이 완화되는 국면임에도 불구하고 해소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업률은 2020년 2월 3.5% 수준으로 내려왔지만 노동가능 인구의 고용시장활동 비율을 나타내는 경제활동참가율은 9월 62.3%로 여전히 코로나 이전의 63.4%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인력난 문제가 미국 경제를 처음 강타했을 때는 팬데믹이 풀리면 정상 고용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점점 상황은 심각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노동시장 분석업체 홈베이스의 존 왈드만 최고경영자(CEO)는 야후파이낸스와 인터뷰에서 “직원 고용에 실패해 문을 닫는 스몰비즈니스 업체들까지 나타나는 지경”이라며 “이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는 쉽게 볼 수 없었던 풍경이다”라고 진단했다.
어려움 끝에 신규 채용을 해도 그만두는 직원이 많은 것도 문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산업 현장에서는 인력을 뽑아도 절반은 출근도 하지 않고, 나머지도 며칠, 길어야 몇 주면 퇴사를 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특히 건설업계에서 문제가 심각한데 WSJ와 인터뷰한 관련 업체 사장인 케이트 헨리는 “사람을 뽑고, 대체하고, 뽑고, 대체하고의 반복”이라며 “신입 교육 담당 직원이 일을 포기할 지경으로 효율성이나 능률은 생각할 수도 없다”며 혀를 찼다.
결과적으로 스몰비즈니스 업주들 입장에서는 임금을 늘려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NFIB에 따르면 올해들어 9월까지 스몰비즈니스 업체 중 절반 가량이 인금 인상을 보고했고 4분의 1은 3개월 내 추가 인상을 계획 중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업체들이 급여를 올려주는 것은 물론이고 추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인력 관리 전문 업체인 밤비의 앨런 존스 최고경영자(CEO)는 야후파이낸스와 인터뷰에서 “급여 인상은 당연한 것이고 그 다음이 문제”라며 “직원 채용의 첫 단계에서부터 임금 외 보상으로 무엇을 줄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