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직원 사칭“해킹됐으니 돈 보내라”
은행들 전체 피해 사례 중 1.8%만 보상
“연락 오면 공식 창구 통해 확인해야”
한인들도 많이 사용하는 금융 송금 서비스 ‘젤’(Zelle) 관련 사기 사건이 급증하고 있다. 발생시 책임을 져야 하는 은행이 보상을 회피하는 경우가 많아 한인 시니어들을 중심으로 사용에 유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LA타임스는 4일 엘리자베스 워런 연방상원의원실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뱅크오브아메리카, US뱅크, PNC 파이낸셜, 트루이스트 등 네 곳에서만 젤 관련 송금 사기 사건이 총 19만2,878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젤은 전화번호나 이메일을 등록해 간편하게 돈을 보낼 수 있는 한인들도 많이 사용하는 금융 서비스다.
문제는 이 가운데 은행이 책임을 지고 피해자에게 금융 보상을 제공한 사례가 약 3,500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는 전체 사건 중 1.8%에 달하는 수치다. 특히 계좌주의 승인 없이 돈이 빠져나간 사건에서도 47%만 은행이 책임을 지고 보상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젤 관련 송금 사기 사건에서 피해를 보상하지 않는 것은 책임이 다소 불분명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은행은 전자자금이체법에 따라 고객의 승인 없이 불법적으로 계좌에서 자금이 인출되는 경우 고객에게 상환해야 하는데, 젤 송금 사건은 고객이 사기꾼에게 속아 넘어가 직접 돈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다수의 경우 은행들은 고객이 승인한 지불에 대해서는 금융사의 책임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젤 송금 관련 사기 사건은 문자나 전화로 금융사 직원을 사칭하는 사람이 연락해 오는 것으로 보통 시작된다. 피해자들은 처음에 의심을 하지만 사전에 금융정보를 파악한 범죄자들이 특정 은행에 계좌를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와 관련 사용 기록 등을 꿰고 있어 결국 속아넘어가게 된다.
관련 전화나 문자에서 사기꾼들은 고객의 계좌가 해킹을 당했다며 피해를 막기 위해 돈을 다른 특정 계좌로 보내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처음에 사기로 의심되는 전화나 문자가 왔을 때 불안해 할 것이 아니라 연락을 끊고 공식적인 창구로 은행에 전화를 해 확인을 해야만 한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책임을 강화하는 쪽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LA타임스에 따르면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은 송금 사기 사건 발생시 피해자가 은행과 젤을 포함한 송금·결제 플랫폼에 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강화하는 규정을 현재 준비 중이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