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고스 등에 78억불 물려…“붕괴 직전” 트윗에 뱅크런, 5년물 CDS 프리미엄 치솟아
최근 트위터에 한 이용자가 “크레디트스위스(CS) 주가는 파산을 말하고 있다. 2008년의 재연인가”라는 글을 올렸다. 글은 3382회나 공유되고 1만 명 이상이 공감을 표했다. “붕괴 직전이다. 리먼브러더스의 여파보다 더 오래갈 것”이라고 남긴 또 다른 이용자의 글 역시 수천 건의 공감을 받았다.
세계 경제가 급랭 조짐을 보이자 시장은 자연스레 2008년 금융위기의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그러면서 갑작스럽게 도마 위에 오른 것이 166년 전통의 스위스 2위 글로벌 투자은행 CS다. 3일 스위스 증시에서 CS 주가는 장중 11.5%나 급락하며 역대 최저가인 3.52프랑을 기록했다. 이후 파산으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으면서 주가는 전날 종가 대비 0.93% 하락으로 마감했지만 부도 위험 지표로 쓰이는 5년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이날 335bp(1bp=0.01%포인트)로 치솟았다. 지난달 30일 250bp에서 85bp나 급등한 것이다. 시장이 CS의 파산 위험을 그만큼 높게 본다는 의미다.
CS의 부실 우려는 지난해 3월부터 불거졌다. 그린실의 파산과 함께였다. CS가 총 100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대출을 지원한 영국 핀테크 업체 그린실이 코로나19 당시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며 쓰러진 것이 발단이 됐다. 4월 CS가 주주들에게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이 중 27억 달러는 여전히 회수가 요원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CS는 63조 원의 주식투자 손실로 파산한 아케고스캐피털에도 자금이 물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손실액은 51억 달러에 이른다.
CS는 7월 회사 재정비를 선언하고 이달 29일 구체적인 복안을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투자자들의 불안은 이미 증폭된 상태다. WSJ는 “시장이 쪼그라들면서 신주 발행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며 “자금 조달 비용도 증가했다”고 짚었다.
다만 월가에서는 CS의 위기가 부풀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BIS) 비율은 13.6%로 동종 업계에서도 준수한 편이다. 투자 관리 업체 페더레이티드에르메스의 필리포 알로아티는 “CS는 내부 유동성이 꽤 풍부하고 자본 상태도 튼튼하다”며 “바뀐 것이라고는 주말에 새 자본 확충 압박이 커지고 트위터에서 뱅크런을 부추긴 것뿐”이라고 평했다. 씨티그룹도 “우려의 본질을 이해하지만 유동성과 대차대조표를 볼 때 지금은 2008년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CS의 단기 파산 여부를 떠나 금융시장의 불안은 이미 가시화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스리쿠마르글로벌스트래티지의 코말 스리쿠마르 회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행보가 (디폴트 등) 시장의 신용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며 “무언가는 부러진다”고 경고했다.
<뉴욕=김흥록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