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환율 어디까지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서면서 말 그대로 ‘패닉’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RB·연준)가 긴축 흐름을 가속화하고 있지만 한국 금융당국은 즉각적인 대응이 힘든 상황이라 연말 1,500원을 돌파할 가능성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22일 전일 대비 15.5원 급등한 달러당 1,409.7원에 마감했다. 특히 장중에는 장중 1,423.5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가 1,410원을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31일(고가 기준 1,422.0원) 이후 약 13년 6개월 만이다. 종가 기준으로는 2009년 3월 20일(1,412.5원) 이후 최고치다. 이후 23일 외횐사장에서는 개장초 전일 대비 34.7원 내린 1,405원으로 출발해 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최근 원화 가치의 하락세가 매우 가파르다는 점이다. 연초만 해도 원·달러 환율은 1월14일 기준 1,187.3원으로 1,200원 아래였다가 3월 팬데믹 이후 연준이 첫 기준 금리를 올린 3월 즈음 1,200원을 넘어섰다. 이후 다시 등락을 거듭하다 6월 전 1,240원대 아래로 떨어졌는데 하반기 들어 단기간에 치솟으면서 역사상 유래가 없는 수준이다.
이날 원화 가치 급락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단행한 금리 인상 여파 탓이다. 연준은 전날인 21일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앞으로도 고강도 긴축을 이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올해 남은 두 번(11월·12월)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빅스텝(0.5%포인트 인상)’과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추가적인 원화 가치 하락이 우려되는 것이다.
연준의 긴축 행보에 한국 금융당국인 한국은행이 대응하기 쉽지 않다는 점도 원화 가치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이 기준 금리를 올릴 때 한국은행도 같은 속도로 따라가주면 통화가치 하락을 방어할 수 있는데 한국의 경우 지난해까지 폭등한 부동산 문제로 급증한 가계부채 문제 때문에 금리 인상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실제 현재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는 2.5%로 연준 기준금리 최대 3.25%보다 한참이나 낮은 상황이다. 그동안 한국은행이 가계부채 탓에 ‘베이비스텝’(0.25% 포인트 인상)만 고수한 결과다.
이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연말에 1,500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연준의 다음 FOMC가 11월 열리는 만큼 하반기로 갈수록 환율이 더 요동치면서 추가적인 하락 압력이 거세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이 미국만큼 긴축 속도를 내지 못하기 때문에 원화 약세는 더 심화할 것”이라며 “환율 상단을 1,450원에서 1,500원까지 열어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