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성장률 0.2% 전망… 실업률 내년 말 4.4%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물가를 잡기 위한 기준금리 인상 과정에서 경제 주체들의 고통이 불가피하다고 밝히면서, 경기후퇴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파월 의장이 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차례 연속 0.75%포인트 올리기로 한 뒤, 긴축 속도 조절에 관한 시장 일각의 기대와 관련해 이같이 밝히면서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물가를 안정시킬) 고통 없는 방법이 있기를 바라지만, 그런 길은 없다”면서 “금리 상승, 성장 둔화, 노동시장 약화는 모두에게 고통스럽지만 물가 안정에 실패했을 때만큼의 고통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연준 목표치인) 2%의 물가 상승률로 복귀하기 위해 충분히 긴축적인 수준까지 정책 스탠스를 조정하고 당분간 이를 유지할 것”이라면서 이 과정에서 연착륙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인정했다.
6월 9.1%를 찍은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8월 8.3%로 여전히 높게 나온 가운데, 연준의 이날 금리 인상으로 기준금리 상단은 ‘중립’ 수준으로 여겨지던 2%대를 벗어난 3.25%까지 오르며 ‘긴축적 영역’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게다가 연준은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도표)에서 올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4.4%에 이를 것으로 전망, 남은 2차례 FOMC 회의에서 1.25%포인트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놨다.
또 향후 경제 전망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6월에 제시한 1.7%에서 0.2%로 크게 낮추고 물가 상승률은 5.2%에서 5.4%로, 실업률은 3.7%에서 3.8%로 각각 높였다. 연준의 내년 말 실업률 전망도 3.9%에서 4.4%로 올라갔다. 이처럼 경제성장률은 크게 떨어지고 물가와 실업률은 오를 것이라는 연준의 예상으로 경착륙 우려가 커졌다.
한편 연준이 시장의 예상을 웃도는 기준금리 인상 경로를 내놓자 월가의 주요 금융회사들도 서둘러 금리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이번 미국 금리 인상기의 최종 금리 수준이 4.5∼4.75%가 될 것이라며 종전 전망치보다 0.5%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구체적으로는 올해 11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재차 0.75%포인트 인상하고, 12월엔 0.5%포인트, 내년 2월엔 0.25%포인트를 연이어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연준이 과열 상태인 경제를 되돌리려고 기준금리 고점을 더 높일 가능성이 금리 인상을 조기에 중단할 가능성보다 더 크다고 관측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금리 경로를 좌우할 요인으로 경제성장률, 고용,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얼마나 빨리 둔화할 것인가를 꼽았다.
골드만삭스의 이번 전망치는 연준이 이날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고 예상보다 가파른 금리 인상 경로를 예고한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도표)를 공개한 지 수 시간 지난 후에 나왔다.
영국 은행 바클리스의 애널리스트들도 금리 전망치를 상향 조정, 내년 1분기에 4.5∼4.75%라는 금리 고점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한발 더 나아가 연준이 내년에 기준금리를 4.75∼5%까지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구체적으로 올해 11월 0.75%포인트, 12월 0.5%포인트 올리고서 내년 초 2차례에 0.25%포인트 추가로 인상할 것으로 점쳤다.
월가 증권사 애머스트 피어폰트 증권의 스티븐 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종 금리 전망치를 5.25%까지 올렸다. 그는 연준의 인플레이션 전망치가 현실적이지 않다며 물가를 잡으려면 긴축을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애나 웡 미국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최종적으로 4.6%에서 금리 인상을 멈추든 아니면 그보다 더 올리든지 간에 이번 긴축으로 일자리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기준금리가 4.5%까지 오르면 일자리가 약 170만개 사라지고, 5% 이상으로 오르면 200만개가 줄 것으로 추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