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도표서 올해말 금리 4.4%·내년 4.6%로 전망…금리인상 속도전
올해말 물가상승률 5.4%로 상향…경제성장률은 0.2%로 대폭 하향
미 기준금리 3.00~3.25%로 올라…한국, 금리인상 압박 더 커질듯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1일 기준금리를 또 0.75%포인트 인상했다.
가파른 금리 인상에도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누그러들지 않자 이례적으로 3번 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것)에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기준금리가 3.00~3.25%로 오르게 돼 한국의 금리가 한 달 만에 재역전되면서 한국 경제에 자본 유출 등에 따른 피해가 우려된다.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뒤 성명을 내고 기준금리를 0.75% 포인트 또 올린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2.25~2.50%인 기준금리는 3.00~3.25%로 인상됐다.
이로써 미국의 기준 금리는 2008년 1월 이후 14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 됐다.
앞서 연준은 지난 3월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며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더믹 이후 유지한 '제로(0) 금리 시대'를 종료했다.
이어 5월 0.5%포인트, 6월 0.75%포인트, 7월 0.75%포인트씩 기준 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리면서 인플레이션 대응에 적극 나섰다.
이번에 단행된 자이언트 스텝도 지난 13일 8월 소비자물가(CPI·8.3%) 발표 이후에 시장에서 예상됐던 조치다.
지난 6월 9.1%까지 치솟았던 물가 상승세가 7월(8.5%) 이후에는 더 둔화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실제 전망보다는 심각한 수준이란 평가가 나왔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8월 비농업 일자리(31만5천개 증가)가 시장 예상을 약간 상회하고 실업률이 3.7%를 기록하는 등 노동시장이 여전히 괜찮은 것도 연준의 결단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연준은 성명에서 "지출과 생산에 대한 지표는 완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최근 몇달간 일자리 증가는 견조하며 실업률은 낮은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면서 "팬데믹 관련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 높아진 음식료와 에너지 가격, 더 광범위한 가격 압박 등으로 인플레이션은 높은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전쟁은 막대한 인적·경제적 고난을 야기하고 있다"면서 "전쟁 및 그와 관련된 사건들은 인플레이션에 추가적인 상방 압력을 가하고 있으며 글로벌 경제활동을 짓누르고 있다"고 금리 인상 결정 배경을 밝혔다.
연준은 향후에도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FOMC 위원들의 금리 인상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인 점도표(dot plot)에서는 올해말 금리 수준을 4.4%로 예상했다. 이는 6월 점도표상의 3.4%보다 더 높아진 것이다.
점도표에서는 내년말 금리 전망치는 4.6%로 6월(3.8%)보다 0.8%포인트 상향됐다.
이같은 공격적인 금리 인상 전망은 인플레이션 예측과 맞물려있다.
연준은 올해말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5.4%로 제시, 6월(5.2%)보다 상향 조정했다.
반면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보다 1.5%포인트나 낮은 0.2%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미국 내에서 경기침체(recession)와 경제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연준의 이번 조치로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을 다시 웃돌게 됐다.
연준이 지난 7월 재차 '자이언트 스텝'에 나선 뒤 미국의 기준금리(2.25∼2.50%)는 약 2년 반 만에 한국(2.25%)을 상회했다. 이후 지난 8월 한국은행의 0.25%포인트 인상 조치로 양국이 같아졌으나 이번에 다시 격차가 0.75%포인트로 벌어지게 됐다.
이에 따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도 올해 남은 10월, 11월 두 차례 통화정책 방향 회의에서 모두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우리나라를 큰 폭으로 웃도는 상태를 장기간 방치하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급격하게 떨어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원화 약세는 수입 물품의 환산 가격을 높여 인플레이션까지 부추길 우려가 있다.
<연합뉴스>